실적 꺾였는데…오상헬스케어, 공모가 33% 올린 2만원 확정

입력 2024-02-29 16:55
수정 2024-03-04 09:25
이 기사는 02월 29일 16: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체외 진단 전문기업 오상헬스케어가 공모가격을 2만원으로 확정했다. 희망 가격 범위 상단보다 무려 33% 높은 수준으로 2007년 이후 최대 상향 폭을 기록했다. 회사 실적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도 IPO 호황 분위기를 타고 공모가를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헬스케어는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993.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29일 밝혔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국내외 2007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99.6%에 해당하는 1999곳이 희망 가격 범위(1만3000~1만5000원) 상단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넣었다. 공모가격 2만원 이상의 가격을 적어낸 기관도 85.4%(1716개)에 달했다.

다만 참여 기관 가운데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을 내건 곳은 2.7%(55곳)에 불과했다.

주관사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의 IPO 공모에 참여가 다소 부진한 가운데서도 오상헬스케어의 사업 경쟁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많은 기관이 이번 수요예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공모가가 희망 가격 상단보다 높게 결정되면서 공모금액은 198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2821억원으로 각각 높아졌다.

199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생화학 진단, 분자 진단, 면역 진단 등 다각화한 체외 진단 사업을 펼치는 곳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진단기기 매출이 증가하면서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팬데믹이 끝난 뒤 2021년 실적이 부진했으나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작년 3분기까지 별도 기준 매출 3369억원, 영업이익 92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8.9%, 영업이익은 81.1% 증가했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영업손실 80억원을 낸 데 이어 4분기 영업손실 71억원을 올렸다. 올해 1월에도 영업손실 14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IPO 기업의 공모가 상향 폭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수요예측을 진행한 IPO 기업 12곳 모두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해 책정했다. 상향 폭을 살펴보면 이닉스 27.3%, 에이피알 25%, 케이엔알시스템 22.7%, HB인베스트먼트 21.4% 등이다.

그동안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더라도 희망 범위 상단보다 최대 20%까지만 높이는 게 일종의 불문율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수요예측에 많은 기관이 앞다퉈 참여하면서 과열되자 이런 불문율이 깨진 데 이어 상향 폭이 30%가 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오상헬스케어의 경우 최근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한 공모가 상향으로 공모주 투자자의 손실 리스크도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 많은 기관투자가가 참여한 만큼 공모가를 그보다 크게 낮춰서 진행하긴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다만 IPO 기업과 주관사가 제시한 기업가치에 대한 신뢰도 및 공모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