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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종합상사 등 수출주가 주도하던 일본 증시의 상승 동력이 내수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수주의 올해와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수출주보다 더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반대로 일본 기준금리는 오를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일본 내수주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日 증시 모멘텀, 수출주에서 내수주로29일 미국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서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의 EPS가 가장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는 소매업종이다. 이 업종의 이 기간 EPS 전망치는 전년보다 107.5%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망치가 최근 3개월간 39.3% 상향 조정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분류에 따른 일본 24개 업종 중 이 기간 EPS 증가율이 가장 높다.
두 번째로 예상 EPS 증가율이 높은 업종은 통신서비스로 54.0%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는 최근 3개월간 25.5% 높아졌다. 가정용품·개인용품 업종의 이 기간 EPS 전망치는 최근 3개월 동안 4.4%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기 대비 47.2% 개선되는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개 모두 내수와 관련이 깊은 업종이다.
이들 업종의 EPS 증가율은 2025회계연도에 다소 둔화하겠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소매 및 통신서비스 업종의 2025회계연도 EPS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26.2%, 13.6% 개선될 것이라는 게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이다. 전 업종 EPS 증가율 평균은 2024회계연도에 14.6%, 2025회계연도에 10.8%다.○내수 경기 청신호일본 내수주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은 가계의 소비 여력 개선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저성장 상태였던 까닭에 해가 바뀌어도 임금을 안 올리는 기업이 많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산토리홀딩스, 닛폰생명 등 대기업이 이미 올해 7% 내외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올해 일본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이보다 한참 낮은 2.2%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5% 정도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식품 물가가 진정되는 것도 가계 소비 여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의 식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하반기 1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이후 빠르게 진정돼 최근에는 7% 선까지 떨어졌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식품 물가 하락은 일본 국민의 체감 물가와 소비심리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계 지출을 졸라맸던 게 풀리면서 의류 업종 등에 반사이익이 생길 전망”이라고 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소프트뱅크, 패스트리테일링, 시세이도 등이 주목된다.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개월 전 7조3490억원에서 현재 7조4504억원으로 개선되고 있다. 향후 12개월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318억원으로 추정된다.
유니클로 등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2024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조9672억원에 이른다. 향후 12개월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보다 5.7% 높은 4조1930억원이다.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도 이익 급증이 예상된다. 2024회계연도(올 1~12월)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369억원으로 한 해 전 2570억원 대비 108.9%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