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이사장 비위를 내부 고발한 직원에 대한 2차 가해가 벌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고, 관련자를 문책해야 할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조치를 미루는 사이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 출근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 2023년 10월 3일자 A17면 참조
29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1년 서울 삼선동 S새마을금고(현재 동선동으로 이전) 이사장의 공금 유용 내부 고발과 추후 이어진 2차 가해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지난해 12월 추가 진상조사를 벌였다.
S금고 직원 A씨는 앞서 B이사장이 복지사업비 7000여만원을 복지와 관계없는 고액 예치자 등에게 지급했다고 내부 고발했고, 이번에 중앙회에 추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A씨가 제출한 이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항목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직서 강요, 해고, 따돌림 조장, 승진 배제 등 일곱 가지 항목이다. 중앙회는 이 중 사직서 제출 강요 부분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사실 판단이 불가하거나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는 고발 뒤 사내 직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B이사장으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강요받았다. D금고 이사장의 자녀가 S금고에 취직했는데, 그에게 “아버지가 이사장이냐”고 물었다는 이유에서다. B이사장은 당시 직원 세 명에게 반성문 등을 자필로 적어 S금고 지점 일곱 곳에서 확인 도장을 받게 하고, A씨를 포함한 두 명에겐 사직서를 강요했다. A씨는 강제 해고됐다고 민원을 제기해 복직했다.
복직한 뒤 이사장의 보복 행위가 더 심해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한경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B이사장은 사내 회의 때 “이사장은 부모나 다름없는데 고발했으니 패륜”이라며 “(A씨와) 친하게 지내지 말고 사적 대화도 하지 말라”고 다른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A씨는 ‘협동심과 성실함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두 차례 승진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그는 중앙회 신고와 별개로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에 B이사장을 고발했다. 조사가 끝난 지 2개월이 지났으나 B이사장에 대한 중앙회 차원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4월 초는 돼야 징계를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의 ‘이사장 갑질’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200여 개의 금고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상 금고 이사장은 사실상 종신 권력을 쥐고 있다. B이사장도 40여 년간 이 금고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단위조합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앙회가 모두 관리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정훈/곽용희/이광식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