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비트코인의 한국 내 하루 거래액이 3조원에 육박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하루 거래대금을 훌쩍 넘어선 기록이다. 첫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2021년처럼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과거 상승장과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 거래량 급증29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새벽 한때 9000만원을 기록하면서 하루 만에 국내 신고가를 다시 갈아치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같은 시간 6만2193달러에 거래돼 미국 달러 기준 사상 최고치(6만9000달러)를 넘봤다.
국내 비트코인 24시간 거래액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2조8288억원을 기록했다. 업비트(1조9375억원), 빗썸(7176억원), 코인원(1395억원), 코빗(320억원), 고팍스(22억원) 등 국내 5대 원화 시장의 비트코인 거래액을 합친 수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량 1위인 삼성전자(거래액 1조5401억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 일반 주식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최근 국내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과거와 다른 투자 환경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를 이끄는 것은 단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다. 역대급 상승 시기인 2021년에는 없었던 호재다. 현물 ETF 거래량이 늘어나면 비트코인 수요도 증가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직접 투자보다 투자가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성도 높다. 특히 자금력이 있는 기관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다. 28일(현지시간)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최고치를 기록한 전날(4300만 주)보다 두 배 넘는 9600만 주가 거래됐다.
이번 상승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 상황에서 불어난 유동성 영향을 받은 지난 상승장과는 정반대 환경이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25%(상단 기준)였다. 한국 역시 연 0.75%로, 역대 최저금리(연 0.5%)에 가까웠다. 올 들어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을 종료할 것이란 기대가 비트코인 가격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를 두고 ‘포모’(FOMO: 놓치는 것에 대한 공포) 현상이 재현됐다는 분석도 있다. 2021년에는 ‘코인 벼락거지’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였다. 당시 국내와 해외 암호화폐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김치 프리미엄은 최고 20%를 기록했다. 현재는 5% 수준이다. 과거 대비 한국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 수준이 낮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달러 강세(원화 가치 하락)도 국내에서 사상 최고가 경신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30여 개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관련 주식도 급등국내 증시에서는 암호화폐거래소 관련주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날 우리기술투자는 11.51% 오른 9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투자증권도 3.49% 상승해 4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우리기술투자(지분율 7.2%)와 한화투자증권(5.9%)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빗썸코리아 지분을 보유한 티사이언티픽과 티사이언티픽의 대주주 위지트도 이날 각각 1.82%, 4.37% 상승했다. 진공증착장비 업체인 한일진공도 이날 암호화폐거래소 KCX의 최대주주인 점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5.24% 뛰었다.
조미현/배태웅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