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면 매년 10만원 정도 손해를 봅니다. 조합원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 소속 A씨는 금속노조가 회계 공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29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보고 “울화통이 터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아 노조원들이 ‘부글부글’하는 것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지난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올해 노동조합 회계 공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연말정산 때 15%의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1000만원 초과분은 30%)을 받을 수 없도록 지난해 9월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상급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소속 노조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금속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최대 산별노조로 현대차지부, 기아지부 등 국내 간판 기업 소속 노조원이 속해 있다. 금속노조의 회계 미공개 결정으로 산하 지부·지회 소속 18만3000여 명의 조합원은 내년 초 연말정산 때 올해 납부한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됐다.
금속노조는 회계 미공시 이유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 조합원들은 “이번 결정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합원이 많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금속노조 조합원이 세액공제받지 못할 경우 내년 조합원들이 손해 보는 금액은 총 89억원이다. 조합원 1인당 4만7000원꼴이다. 한 산별노조 간부는 “금속노조에는 영세 조합원이 적지 않아 조합비 1000원만 올려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연말 정산 시즌이 되면 불만이 들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회계 공시 불참 결정에 적지 않은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회계 공시를 거부했지만 올해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아지부가 특히 그렇다. 기아 노조가 올해 다른 결정을 한 것은 지난해 12월 배임수재죄 등 혐의로 구속된 노조 간부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를 계기로 조합원들 사이에 “노조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퍼졌다.
집행부의 의사결정 과정도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석자에 따르면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이 불참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결해 달라”고 요구하자 일부 대의원이 “네”하고 함성을 질렀다고 한다. 표결 과정은 없었다. 금속노조는 이후 “회계 공시 불참 건은 만장일치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A씨는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무기명 투표를 했더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