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개 표면처리 업체가 모여 있는 인천 남동산업단지의 일진도금단지. 28일 오후 S사 작업장의 도금 기계는 절반 이상 멈춰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있었지만, 가동 중인 기계를 살피는 한두 명 외에는 한가한 모습이었다. 작업반장은 “일감이 없어 조퇴하는 날이 많다”며 “중국 저가 부품에 일감을 빼앗겨 반년 넘게 주 3일만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K도금 대표도 “대출 이자는 늘었는데 매출은 줄어드니 미칠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국내 중소기업이 경기 침체로 인한 일감 부족과 고금리 등 겹악재에 시달리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중소기업들이 총선 이후 보릿고개를 넘지 못해 줄도산에 이를 것이라는 ‘4월 위기설’마저 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분기별 평균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42%에서 4분기 0.55%로 껑충 뛰었다.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도 지난해 1037조6243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업계 침체는 일시적인 경기 둔화 때문이라기보다 저가 중국산 공세에 따른 경쟁력 상실 등 산업 구조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비즈니스 모델 등의 대대적인 혁신과 구조조정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흥·김포=이정선 중기선임기자/김동주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