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생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라피더스가 캐나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텐스토렌트로부터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한 인공지능(AI) 칩 생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한국·대만·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AI 반도체 전쟁 지역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28일 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라피더스와 텐스토렌트는 2㎚ 공정 기반의 AI용 반도체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양산 목표 시기는 2028년이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2㎚ 반도체는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에 건설 중인 라피더스 공장에서 제조한다. 2㎚ 이하 공정 프로젝트를 수주한 곳은 대만 TSMC, 삼성전자, 미국 인텔에 이어 라피더스가 네 번째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오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작년 11월에 설립한 회사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회사 운영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AMD, 테슬라에서 첨단 반도체 설계를 주도한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AI 반도체 전문 팹리스다. 지난해 삼성전자에도 4㎚ 공정 기반 칩 양산을 맡겼다.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 준공에 이어 라피더스까지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서 일본의 반도체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도시바 등 자국 기업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휩쓸던 1980년대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인력 육성 등 부흥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라피더스의 2㎚ 공정 진출은 파운드리 세계 2위인 삼성전자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성능컴퓨팅(HPC),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과 관련된 첨단 반도체 양산 계약을 둘러싼 수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