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공정책연구소가 '한국의 자녀 양육비가 세계 1위'라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집계의 시점과 범위가 서로 달라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9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근 미국 CNN 방송은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4년도판 '중국양육비용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에서 18세까지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3배인 7만4800달러(약 1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자녀를 대학까지 보낼 경우에는 양육비는 9만4500달러(약 1억2500만원)로 늘어난다.
그러면서 "1인당 GDP 대비 양육 비용은 한국이 7.79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소개했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한국,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6.28배), 영국(5.25배), 뉴질랜드(4.55배)가 5위권을 형성했고, 일본(4.26배), 미국(4.11배), 독일(3.64배)도 상대적으로 양육비가 많이 들었다. 반면 싱가포르(2.1배)와 호주(2.08배), 프랑스(2.24배)는 소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육비가 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엉터리에 가깝다. 복지부에 따르면 중국 위와인구연구소가 인용한 한국의 양육비 자료는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보사연은 0~2세, 3~5세, 6~11세, 12~14세, 15~17세, 18세 이상 등 연령구간을 구분해 월평균 양육비를 조사한 후 개월 수로 환산해 대학 졸업(22세)까지 약 3억900만원의 양육비가 든다고 밝혔다. 당시의 1인당 GDP 대비 7.79배에 해당했다.
중국이 18세까지의 자료를 제시한 반면, 한국은 22세까지의 양육비를 모두 더해 통계를 낸 것이다. 대학 졸업까지의 양육비를 더한 중국의 양육비(9만4500달러)를 중국 1인당 GDP 대비로 계산하면 7.95배로 나온다. 한국(7.79배)보다 높다.
또 한국의 2012년 조사 당시에는 직접적인 양육비용 뿐 아니라 간접 비용을 모두 더해 양육비를 산출했다. 가정에서 쓴 전기료 등 공동 비용 중 자녀가 사용한 부분을 양육비라고 본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 직접 양육비만 집계하면 2012년 한국의 양육비 수준은 월 평균 108만원에서 68만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다.
물론 한국의 양육비 부담이 낮은 것은 아니다. 보사연의 2021년 '가족과 출산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직접 양육비는 평균 72만원으로 9년 전에 비해 4만원 가량 증가했다. 양육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공교육이 대부분 무상교육으로 전환됐는데도 증가세가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경제활동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예상 양육비는 2억5206만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조사때 2억1659만원을 생각했던 것에 비해 16.4% 커졌다. 이를 2022년 1인당 GDP(4187만2000원) 대비로 계산하면 5.9배 수준에 해당한다. 중국보다는 아니지만 영국, 뉴질랜드 등과 함께 상위권에 위치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