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지 이용 규제 완화…우이령길, 평일 예약 없이 이용

입력 2024-02-28 16:00
수정 2024-02-28 16:17


정부가 3만㎡ 미만의 보전산지의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다음 달 4일부터는 북한산 국립공원 우이령길을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끄는 규제혁신추진단은 이런 내용의 산지 이용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28일 발표했다. 전 국토의 62.7%인 산지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충분히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규제 완화는 △산지이용 규제 합리화 △임업 경쟁력 제고 △산림자원 생산·관리 개선 등 3개 분야로 구성됐다. 세부 과제는 총 9개다.

우선 산지관리법 등을 개정해 3만㎡ 미만의 보전산지는 지정·해제 권한을 산림청장에서 시·도지사에게 넘기기로 했다. 보전산지는 산림청장이 자연생태계 보전 등의 이유로 지정한 땅으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 전체 산지(629만8000ha) 중 보전산지가 77.8%(489만7000ha)에 달하는데도 산림청장 승인 없이는 해제할 수 없어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컸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보전산지를 해제하려면 광역지자체를 거쳐 산림청으로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해제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며 "3만㎡ 미만 보전산지의 해제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위임되면 교육·청년 시설 등 주민 편익을 위한 공공시설을 빠르게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자체장에게 주어진 공익용 산지 지정 권한도 일부 제한할 방침이다. 공익용 산지는 수원보호, 자연생태계 보전 등을 위해 지정된 산지다.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자체장이 재량권을 활용해 공익용 산지를 지정하는 바람에 사유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는 불만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규제혁신추진단은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명확한 법령 근거를 만들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공익용 산지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음 달 4일부터는 북한산 국립공원 우이령길을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이령길은 평일과 주말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단 방문객이 많은 주말과 가을철(9~11월)에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규제혁신추진단 관계자는 "우이령길은 하루 1190명만 이용이 허용되고 있다"며 "이용 시간 제한으로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규제혁신추진단은 임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업 직불제 요건을 완화하고 외국인 고용도 허용할 방침이다. 2022년 기준 임업 직불제 대상은 2만여명으로 전체 산주(215만명)의 1%에 불과했다. 관련 예산은 512억원으로 농업직불금 예산과 비교하면 2% 수준이었다. 이에 정부는 직불금 대상 임업인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임산물 생산업 및 육림업 종사일 수를 90일에서 60일로 완화하기도 했다.

임업 분야에서도 농업과 마찬가지로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제도를 도입한다. 농·축·어업에선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허용되지만, 임업은 고용허가제와 계절 근로가 불가능했다. 이에 오는 7월부터 임업 사업자 중 산림사업 시행법인, 산림용 종묘 생산법인에 비전문 취업(E-9), 동포방문 취업(H-2) 등 고용허가제를 시행한다.

이밖에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는 유아숲체험원 설립 요건을 완화했고, 종합합산 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높은 재산세 세율이 적용됐던 수목원 내 임야는 별도 합산·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개선안은 지난해 2월 '산지 이용 및 산림산업 활성화' 과제를 발굴한 이래 1년여간 산림청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 협의 등을 통해 마련됐다. 규제혁신추진단은 "정부는 이번 규제개선안과 관련된 후속조치들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편의성과 임업 경쟁력 차원에서 산림 활용성 확대를 위한 규제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