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진료 중 의료사고, 고의성 없으면 기소 안한다

입력 2024-02-27 20:47
수정 2024-02-28 00:50
정부가 의사들이 의료사고 부담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 간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7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사법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특례법 제정은 필수의료 분야의 숙원 과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특례법은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교통사고처럼 보험에 가입했다면 형을 감면해주는 것이 골자다. 특례법에 따르면 보상 한도가 정해져 있는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했을 때는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발생한 피해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했으면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특례법에 담겼다.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등 필수의료 행위의 경우 환자에게 중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안을 마련했다.

이에 더해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하면 필수의료 행위 중 환자가 사망했을 때 형의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런 특례는 의료사고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절차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 적용된다.

정부는 특례법을 제정하면 필수의료 인력의 법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환자 역시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9일 공청회를 개최해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등 5명을 고발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 대란’ 국면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