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급 초경량 위성을 자체 개발, 지구 관측에 활용하는 부산지역 인공위성기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위성 영상 데이터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는 위성 영상을 기반으로 북한 동향 정보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세계 분쟁 지역 정보를 확보하고,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식량 산지의 토질을 분석해 생산량 및 가격 예측 정보도 만들고 있다. 나라스페이스는 영상 데이터를 콘텐츠 단위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이용자 접근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27일 나라스페이스가 운영하는 웹페이지 어스페이퍼에는 군사, 재난재해 등 34종의 분야별 인사이트가 게시됐다. 나라스페이스가 지난해 11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궤도에 안착시킨 초소형 위성 옵저버1A호에서 보내온 영상을 기반으로 만든 자료다. 옵저버1A호는 초경량 위성에서 설계부터 영상 분석까지 전 과정을 한 기업이 수행한 세계 최초 사례로 꼽힌다.
어스페이퍼에는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현황 등 국방 관련 콘텐츠를 비롯해 옥수수 수확량 월간 예측 보고서, 세계 원유 저장량을 한눈에 파악하는 방법 등의 자료가 올라왔다. 나라스페이스는 알고리즘 기반의 각종 탐지 기법을 동원해 온난화 피해와 작황, 물류, 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예측 기반 서비스를 개발했다. 김민식 나라스페이스 사업본부장은 “위성 영상 정보는 보통 알고리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이 자체적으로 사들여 분석해 생산하므로 일반인 혹은 기업의 접근이 제한적”이라며 “위성 데이터를 콘텐츠로 가공한 뒤 판매해 이용자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스페이스는 현재 △미디어 △금융 △공공 분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네 분야에서 위성 데이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요 기업의 해외 공장 가동 현황을 분석한 자료와 정치적 분쟁 지역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잠재 고객인 기업과 정부는 데이터 콘텐츠를 투자나 정책 결정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한다. 작물의 종류, 파종 시기, 작물의 생장과 건강도에 대한 미국 농무부의 정보를 위성 영상과 결합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위성에서 옥수수 산지의 토양에 레이저 광선을 쏘고, 반사된 광선을 분석하는 수분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위성으로 주요 산유국의 원유 탱크 그림자의 모양과 명암을 색상으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원유 저장량도 추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오일 공급과 수요 변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오일쇼크의 전조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된다.
나라스페이스는 옵저버1A호를 이을 추가 위성 발사도 준비 중이다. 2~3년 내 군집 위성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성별로 다른 카메라를 장착하면 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는 서울대, 한국천문연구원과 메탄, 이산화탄소를 관측할 수 있는 위성을 개발 중이고 항공우주연구원과는 재난재해 탐지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 산불, 산사태, 홍수 사태 시 피해지역을 파악하고 추가 피해를 예측하는 위성 기반 기술이다.
김 본부장은 “비교적 우주항공 분야 진출이 더딘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위성 데이터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관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