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 물가 둔화 최종단계 성적표에 달렸다" [강진규의 BOK워치]

입력 2024-02-27 15:10
수정 2024-02-27 15:15
한국은행이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전환(피벗) 시점이 물가 둔화의 최종구간(라스트마일)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물가가 순조롭게 목표 수준으로 둔화하는 국가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7일 '최근 한국·미국·유로 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물가 상승률은 정점부터 12개월 동안은 빠른 속도로 둔화됐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물가 정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최근부터 각국의 물가가 반등하거나 둔화세가 크게 위축됐다는 점이다. 고물가의 기저효과가 사라진데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같은 공통요인 외에도 국가별 요인이 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엔 견조한 고용지표가 물가 둔화를 막고 있다. 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 모멘텀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치(2.9%)보다 높은 3.1%로 나왔다.

유로지역은 높은 임금 상승이 물가 둔화 흐름을 가로막은 것으로 분석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도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2022 연례보고서' 유럽의회 본회의 토론에서 "향후 몇분기 동안 급여가 물가 역학에서 갈수록 중요한 동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높은 농산물 가격이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8∼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는 농산물 가격 급등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도 사과, 귤 등 과일류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는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방 리스크뿐 아니라 미국의 견조한 경기·노동시장 상황, 우리나라의 높은 농산물 가격과 누적된 비용압력, 유로 지역의 높은 임금 오름세 등이 향후 물가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라스트마일에서 물가 둔화 속도는 각국의 통화 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