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자 대머리 고백한 남편…배신감에 산후우울증까지"

입력 2024-02-27 14:51
수정 2024-02-27 15:01

결혼 후 임신한 뒤에야 뒤늦게 탈모를 고백한 남편과 이혼 위기에 놓여 고민이라는 사연이 공개됐다.

27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사연을 보낸 여성 A씨는 "임신 기간 내내 배신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결혼 전 30대 후반의 커리어 우먼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나이가 있다 보니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부모님 재촉에 못 이겨 서둘러 결혼했다고 밝혔다.

부부에게는 빠르게 2세 소식이 찾아왔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몇 달 안 됐을 때 아이가 생긴 것을 알게 된 A씨는 기쁜 마음에 바로 남편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충격적이었다고. 남편이 돌연 자신이 대머리라는 고백을 한 것이었다.

A씨는 "연애할 때 남편의 머리숱을 칭찬한 적도 있었다"면서 "남편은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날 이해심 없는 여자로 몰아가더라. 아기를 낳은 뒤에 산후우울증을 앓았다. 하루 밥 한 끼도 못 먹고 쓰러져 있기 일쑤였다. 남편은 그런 날 방치할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이혼 이야기를 꺼낸 건 남편이었다. A씨는 "이혼하자는 말 한마디를 남긴 뒤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심지어 모유 수유가 끝나지 않았는데 어린 딸아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간 남편과 아이를 잘 챙기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남편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남편은 '엄마 자격이 없다'면서 평생 아이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경내 변호사는 "배우자 간에는 원칙적으로 부양 의무 부조 의무가 있기 때문에 산후우울증으로 건강이 나빠져서 제대로 가사와 양육을 하지 못한 것만으로 이혼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산후 우울 증세가 심각해서 부부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했다면 그때는 민법 제84 제6호에 예외적인 이혼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어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씨가 아이를 볼 방법은 없는 걸까.

박 변호사는 "이미 남편이 이혼을 원하고 있어서 사연자가 이혼 소송 등을 청구한다면 혼인 파탄이 인정돼 이혼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민법 제 826조에서 부부 간 협조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우리 법원 판결례는 민법 제 826조와 민법 제837조의 2를 유추 적용해 혼인 중의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별거하는 경우에도 비양육친에게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혼소송을 청구하지 않고도 남편에 대해 면접 교섭을 청구하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연자가 현재 육아휴직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남편을 상대로 동거 심판을 구하거나 부양료 심판청구를 먼저 하고, 해당 절차 내에서 사전처분을 구해 면접 교섭 결정을 받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거 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혼인 중인 부부는 서로 간에 동거 의무가 있다. 그래서 혼인 파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배우자에게 동거 심판을 청구해서 동거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런데도 남편이 동거를 거부한다면 이를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의 탈모 고백이 혼인 취소 사유가 되느냐는 질문엔 "대머리라는 게 결국 외모와 관련된 문제다. 혼인 취소 사유라는 것은 그 혼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중대한 사유인 경우에 예외적으로 고지 의무가 인정이 된 사유에 대해서 가능하다. 대머리 같은 경우는 외모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고지해야 할 의무 사항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