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전고점을 경신하자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공식 금지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차선책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1주일 간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를 429만2981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50위권에 들었다.
이 상품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지수를 추종한다. 2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등락률에 따라 2배 손익을 본다. 투자자가 비트코인 상승에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현물 ETF 승인으로 ETF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가격 우상향에 대한 믿음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5.48% 상승한 5만4571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5만4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21년 11월 이래 처음이다. 가상자산 거래업체 GSR의 스펜서 할란 비상장 거래 글로벌 책임자는 "비트코인이 강력한 ETF 유입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이후 투자자들은 9개 ETF에 5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국내에서는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ETF만 거래가 가능하다. 현행 자본시장법 상 ETF의 기초자산 범주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는 만큼 현물 ETF 거래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서다.
다만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물 ETF에 비해 상대적 열위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인 비트코인 선물 ETF인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O)'는 2023년 127%의 총수익을 기록해 비트코인 현물 대비 20%p 이상 언더퍼폼했다"고 전했다.
선물 ETF는 보유한 선물 계약의 만기가 되면 만기가 가까운 선물 계약으로 재투자(롤오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롤오버 비용이 드는 만큼 수익률 차원에서 불리하다. 운용 보수 또한 높다. 미국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 보수는 0.2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의 운용 보수는 1.85%에 달한다.
비트코인 상승세에 힘입어 국내 가상자산 관련주도 살아나고 있다. 오전 11시 10분 현재 우리기술투자(15.11%), 한화투자증권(9.16%), 위지트(6.70%) 등이 일제히 오름세다.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은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위지트는 자회사 티사이언티픽이 빗썸코리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가상자산 관련주로 분류된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