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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생성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옮겨붙고 있다. AI 기술을 탑재한 로봇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대중화’로 직행하려는 테슬라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자체 개발 및 스타트업과 협력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걷는 1분 18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선 테슬라가 개발 중인 옵티머스가 사람처럼 두 발로 연구실을 걸어 다녔다. 머스크는 영상만 올렸으며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 로봇은 머스크가 작년 12월에 공개한 옵티머스 2세대다. 그는 지난달 옵티머스 2세대가 셔츠를 접는 영상을 공개하는 등 주요 개발 성과가 나올 때마다 이를 소개하고 있다. 2세대는 작년 3월 1세대 공개 후 9개월 만에 이뤄졌다. AI 기술 고도화되면서 로봇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는 3~5년 이내에 2만달러 정도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판매한다는 대중화 전략 갖고 있다. 이르면 내년에 옵티머스의 상용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빅테크들도 로봇을 자체 개발하거나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AI’에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엔비디아도 이 회사에 각각 1억달러와 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인텔의 투자조직도 2500만달러를 꺼내 들었다. 삼성과 LG이노텍도 각각 500만달러, 85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피규어AI는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다.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6억7500만달러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당초 계획한 5억달러보다 2억달러가량 더 투자받은 것이다. 피규어AI는 투자금을 기반으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미 현장에 배치한 기업도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작년 10월 시애틀 물류창고에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를 배치해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트는 아마존이 투자한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협업해 개발한 로봇이다.
업계에선 앞으로 2~3년 뒤에 산업현장은 물론 집안일과 병간호를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업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16억2000만달러 수준이었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7년 173억달러, 2032년엔 28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