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기부 스펙 쌓기’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기자들을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한겨레 26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기자 등 총 5명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해당 보도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인사청문회 이전 검증 차원에서 작성된 보도인 만큼 한 위원장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공적 인물의 경우 언론의 정당한 비판과 의혹 제기를 감내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도 근거로 들었다.
앞서 한겨레신문은 한 위원장의 딸이 대학 진학에 활용할 스펙을 쌓기 위해 ‘엄마 찬스’를 활용해 기업으로부터 고액 물품을 후원받아 복지관에 기부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한 위원장은 보도 당일 기자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한 위원장은 엘시티 수사 관련 의혹을 제기한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2심 재판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2심 재판부는 이달 1일, ‘장 기자가 한 위원장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전부 패소로 판결했다.
장 기자는 지난 2021년 3월 SNS에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라는 글을 올리고 유튜브에서도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한 위원장이 허위 사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자 장 기자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니…"라는 답글도 올렸다.
당시 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한 위원장은 "악의적 가짜뉴스를 SNS에 게시하고 이후에도 SNS나 유튜브 등에서 문해력 부족을 운운하며 모욕했다"며 1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5월 1심은 장 기자가 한 위원장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고 한 위원장의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엘시티 수사에서 구체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언론으로선 수사에 대해 추상적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주요 수사기관 고위공직자에게 충분히 의혹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직자인 원고는 그런 비판에 대해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언론 감시와 비판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