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더 중요해진 동남아…"韓, 소비재 수출도 신경써야"

입력 2024-02-27 06:00
수정 2024-02-27 06:21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재 수출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대규모 소비시장으로 떠올라서다.

한국은행은 27일 '우리나라의 對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한국의 대아세안 5개국(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수출은 지난 201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흑자규모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것 이상으로 늘어났다. 2023년 기준 흑자규모는 236억 달러로 미국(445억 달러) 다음으로 많다.

아세안 지역이 뜨는 것은 중간재 수출 때문이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이 지역이 넘겨받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중국 외 생산기지 필요성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 소비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인구가 많은 지역이어서다.

한국은 주로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20% 이상을 차지한다. 석유제품·화공품 등 다른 품목을 합친 중간재 비중은 89%에 이른다.

한국이 수출한 중간재 중 절반은 이들 국가의 소비와 투자로 인한 생산에 활용됐지만 나머지 절반은 미국(11%)과 중국(9%)으로 귀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귀착 비중은 미중 갈등 이후 확대됐다. 2022년 미국 및 유럽연합(EU)으로 귀착된 비중은 2015년에 비해 5.6%포인트 늘었다. 중국은 같은 기간 4.6%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동남아 지역으로 귀착된 비중은 7.7%포인트 축소됐다.

하지만 소비재 비중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한국의 수출 품목 중 식품, 의복 등 최종재는 5% 수준에 불과하다. 한은은 "아세안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기지로서의 활용 측면에서 우리 주력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에 힘쓰는 한편, 아세안의 인구 및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