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선택한 내가 승자였다", "일본 보고 따라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나…알맹이가 없다", "밸류업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역시 국장보다 미장인 건가…." (포털 종목토론방)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 방안 발표에도 '청개구리 매매'를 보이고 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하거나 아예 국내 주식을 팔고 해외 주식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8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금융당국이 전날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방안의 하나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부내용을 발표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1189억원을 사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밸류업 발표 전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풀베팅'하는 사이 개인 투자자들은 계속 빠져나갔다. 최근 일주일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037억원 팔아치웠다. 이 기간 외국인은 1조6583억원 순매수였다.
개인은 '밸류업 수혜주'를 중심으로 순매도했다. 개인은 이 기간 SK하이닉스(3293억원), 한국전력(2614억원), 삼성물산(1352억원), 현대로템(1194억원), 현대모비스(1121억원), 엘앤에프(1078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은 SK하이닉스(5156억원·순매수 1위), 삼성물산(810억원·2위), 현대모비스(426억원·13위)를 주로 샀다.
개인은 국내 증시에서 빼낸 자금을 지수 하락에 베팅하거나 해외 주식으로 투자처를 옮겼다.
코스콤에 따르면 개인이 최근 일주일간 국내 상장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코스피200 지수 일별 수익률을 역으로 두 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이 상품에 700억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코스닥150 일별 수익률을 역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에도 330억원가량이 들어갔다.
해외주식으로도 자금을 옮겼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달 말 646억9353만달러(약 86조1342억원)에서 집계 가능 최근일인 지난 22일 711억360만달러(약 94조6687억원)로 뛰었다. 이 기간 일본 주식 보관금액도 337만달러 늘어난 39억65만달러로 증가했다.
최근 일주일간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결제 상위 미국 주식(ETF 제외)은 엔비디아(761억원), 암 홀딩스(677억원), 테슬라(381억원) 순이다.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의 경우 순매수 결제액이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89% 늘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에 주요 금융주 투자자는 기관도, 개인도 아닌 외국인이었다"며 "정책 수혜주인 만큼 개인들도 저PBR주에도 관심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가치주보다는 오름폭이 다이내믹한 국내 성장주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