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대항마'였는데…리비안, 전기차 한파에 주가 12% '뚝'

입력 2024-02-25 22:27
수정 2024-02-2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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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았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급작스런 수요 둔화에 고전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픽업트럭 제조업체 리비안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2.05% 하락한 10.07달러에 거래됐다. 전주 대비 38% 급락한 가격이다.

고급 세단 전기차 제조업체인 루시드 역시 같은 전주 대비 주가가 19% 하락했다.

두 회사는 최근 내놓은 작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올해 생산량이 작년 수준에 머물거나 소폭 상승하는데 그칠 것이란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았다. 고금리와 경제적 불확실성 탓에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탓이다.

R.J. 스카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인도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수요를 늘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리인상에 따라 매월 지불해야 할 자동차 할부금 부담이 커진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터 롤린슨 루시드 CEO도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생산에는 제약이 없다는 점이며, (제약되는 건) 판매와 인도다"라며 올 한해 잠재적 고객을 찾기 위한 영업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차량 인도를 기다리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더욱 늘리겠다던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리비안·루시드 투자자들이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을 넘어설 잠재력이 있는 혁신적 회사라고 믿고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기꺼이 지갑을 열 소비자가 기대만큼 많지 않다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가격을 낮추거나 관련 투자를 꺼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WSJ은 "스타트업은 기성 자동차 업체에 비해 전기차 시장의 갑작스런 냉각에 더욱 크게 노출돼 있다"면서 "(전기차) 매출 둔화를 버텨낼 수익성 있는 (다른) 사업이 부재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리비안의 현금 보유고는 작년 12월 말 기준 79억 달러(약 10조5000억원)으로 1년전(116억 달러·약 15조40000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루시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14억 달러(약 1조8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억6500만 달러(약 4800억원) 줄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