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공기업에 다니는 30대 A씨는 최근 월급 명세서에 '50만원'이 기록됐다. 몇 년 전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해 받은 사내대출의 월 상환금을 공제한 금액이다. A씨는 "금융권 대출까지 고려하면 월급이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기본적인 생활비조차 걱정된다"고 말했다.
A씨처럼 '영끌 후유증'을 겪는 3040세대가 늘고 있다. 모아둔 자산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저금리 시기에 주택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이 금리 인상과 맞물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금리 높아지자 소비 감소한국은행은 25일 '가계별 금리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당시 연 0.50%였던 금리는 10차례 인상을 통해 연 3.50%까지 높아졌다. 한은이 이번 보고서에서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율은 2~3%포인트 높아졌고, 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금리는 1.5%포인트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는 일반적으로 당장 소비를 하기보다는 높은 이자소득을 받기 위해 저축을 늘리거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출을 상환하는 선택을 한다. '기간 간 대체' 효과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가계의 이자부 자산과 부채의 비율이다. 2022년 1.0 밑이었던 이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09까지 높아졌다. 부채를 갚고, 자산을 늘린 결과다. 이는 2015~2019년 평균인 1.04 수준도 넘어선 수치다.
소비는 악화 추세다. 한은의 모형분석 결과,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소비 증가율은 0.32%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내구재와 준내구재 등 재화소비가 작년부터 부진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서비스 소비도 최근 줄어들고 있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최근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1.9%에서 1.6%로 크게 낮췄다. 집 산 3040, 금리 인상 '손해 막심'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향이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채와 비유동성 자산이 많은 가구가 손해 계층으로 분류됐다. 손해 계층의 특성을 살펴보면 30~40대 젊은 층이면서, 소득은 중상위권, 소비성향은 상위층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보유비중, 수도권 거주 비중, 부채가 모두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역시 컸다. A씨와 같은 영끌족 다수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면 이득 계층은 비유동성 자산과 유동성 자산이 모두 많은 고령층이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재산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소비 성향은 젊은 층에 비해 낮아 전반적인 소비 확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소비 증가율 감소폭 0.32%포인트 중 이같은 계층별 효과는 약 20%인 0.06%포인트로 나타났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향후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3040대가 가계부채를 늘리는 선택을 할 경우 소비여력은 여전히 제한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