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보건의료 상황이 재난에 준하는 ‘심각’ 단계라고 선언했다. 대학·종합병원 의사의 30%를 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응급·중환자 진료까지 거부하면서다. 남아 있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덜고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보건의료재난 경보 단계를 위기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다”며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범정부 총력 대응 체계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이 아니라 보건의료 위기 탓에 심각 단계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서 법무부는 불법 집단행동 주동자는 구속수사에 나선다는 원칙을 세웠다.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전공의도 의료법 위반죄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전날 밤까지 국내 94개 의료기관에서 사표를 낸 전공의는 이들 기관 근무 전공의의 78.5%인 8897명이다. 이들 모두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지만 69.4%인 786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의료기관 여섯 곳에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이지현/박상용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