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이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조사 결과 주요 94개 수련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78%(8897명)가 사직서를 냈고 이 중 7863명이 근무지를 벗어났다. 주요 대형병원은 이미 수술 축소·연기, 응급실 포화 등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전문의와 간호사가 간신히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의료계에선 “이대로면 열흘도 못 버틸 것”이란 말이 나온다. 정부는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렸다.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의사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환자를 방치한 채 집단행동을 벌이는 건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 의사의 사명이 환자를 구하는 것인데 환자를 볼모로 실력행사를 벌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의사 증원 반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이란 말이 나올 만큼 상당수 국민이 의사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 지방에선 더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의사 수는 멕시코를 빼면 최하위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의사 부족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대대적인 의대 증원이 불가피한 것이다.
물론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연 2000명씩 5년간 1만 명 늘린 뒤 이후 정원을 재조정하겠다는 정부 방침 중 한 번에 2000명씩 증원이 적정한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주장하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는 말이 안 된다. 더욱이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서는 건 ‘밥그릇 지키기’로 비칠 뿐이다. 세계 어느 나라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해 이렇게까지 파업을 하나. 필수·지방의료 공백을 메우려면 관련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 시 의사 처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대 증원 없이는 반쪽짜리 해법일 뿐이다.
의사들이 지금 할 일은 하루빨리 집단행동을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뒤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