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어’ LG화학, 최대 1조 차입…눈덩이 차입금 어쩌나

입력 2024-02-23 14:30
이 기사는 02월 23일 14: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회사채 발행으로 최대 1조원을 조달한다. 신사업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외 자금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차입금이 큰 폭 불어나며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23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2·3·5·7년물 회사채 50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오는 27일 진행한다. 2년물 1000억원, 3년물 2000억원, 3년물 1300억원, 7년물 700억원 규모다.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따라 발행규모를 1조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LG화학은 국내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로 꼽힌다. 2018년 1조원, 2019년 1조원, 2020년 9000억원, 2021년 1조2000억원 등 대규모 자금을 잇따라 조달했다.

지난해에는 국내외 자금시장에서 3조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만 8000억원을 조달했다. 당초 4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3조8750억원의 자금이 몰리자 발행액을 두 배로 늘렸다. 해외 시장에서는 20억달러(2조6500억원) 규모 외화 교환사채(EB)를 찍었다. 국내 기업의 EB 발행액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LG화학이 자금조달 통로를 개척하는 것은 신사업 확대 흐름과 맞물린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제약 등 3대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를 바탕으로 3대 사업의 매출 비중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2~3년동안 매년 4조원 안팎을 투자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투자금 마련을 위해 매년 1조원 이상씩 차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LG그룹 회사채 인기는 높은 편이다. 수요예측 때마다 기관이 몰려드는 등 흥행이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5조61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투자수요가 폭발하자 이 회사는 발행금액을 8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증액했다. 당시 최대 매수주문 기록과 함께 역대 최대 발행액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하지만 회사채 조달폭이 늘어나면서 LG화학의 재무구조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G화학 순차입금은 2022년 말 7조175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2조7522억원으로 큰 폭 불었다. 주력인 석유화학부문 실적이 나빠지면서 현금창출력이 나빠진 결과다. 지난해 LG화학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529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5.1% 줄었다. 현금창출력의 공백을 차입금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투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하는 자산 매각 작업도 순탄치 않다. LG화학은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인수후보군과 매각가격을 놓고 이견이 커지면서 매각도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