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 위해 의사 되냐"…법륜스님, 6년 전 발언 '재조명'

입력 2024-02-23 10:57
수정 2024-02-23 13:35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법륜스님이 의사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6년 전 법률스님이 고민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조언해주는 '즉문즉설' 영상이 회자됐다.

2018년에 올라온 해당 영상에서 질문자는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IMF로 인해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를 맞았다. 초등학교 4~5학년이던 내게 '장래에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고, 천문학자 혹은 시인이라고 대답했더니 벌컥 화를 냈다. 아버지는 집이 망했다면서 너는 집안을 일으켜야 하니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힘든 집안 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해 고등학교도 기숙학교에 3년 장학생으로 다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내가 의대에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질문자는 기숙사비, 학비, 보충수업비도 면제였지만, 아버지는 책 한 권도 못 사줄 정도로 가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사용 문제집, 선배들의 책을 빌려 공부한 질문자는 서울권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수능 성적을 받았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에 한해 잘 나온 성적이라 생각했다. 만족했다"면서 "의대는 열심히만 한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 능력 밖이었다. 그걸 아버지한테 말씀드리니 그 이후로 좌절하고 매일 술만 드셨다"고 밝혔다.

그러다 아버지에게 "이렇게 살지 말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자"고 제안했고, 아버지는 병원 앞에서 쓰러져 6일 만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 이후로 질문자는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버지의 지인들은 그에게 "넌 아버지의 마지막 희망이었다"고 말했고, 잠이 들면 꿈에 자꾸 아버지가 쓰러지고 수능 성적에 실망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를 들은 법륜스님은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 아버지처럼 살겠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으냐"면서 "울분에 차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답답해지면 아버지처럼 살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아버지의 카르마가 집안 내력처럼 내려오고 있는 거다. 그렇게 살기 싫으면 부모의 카르마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내가 죽인 것도 아니고,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술 먹고 죽은 거기 때문에 질문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아무 관계 없는 걸 연결하니 잘못된 거다. 아버지는 아이한테 '의사 돼서 집안을 일으키라'고 할 수 있다. 그 길을 갈 수도 있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안 갈 수 있는 거다. 자식은 부모의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이라고 강조했다.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는 건 "개꿈"이라고 했다. 법륜스님은 "무슨 굉장한 것처럼 생각하냐. 머리가 혼란스러우니 꿈이 꼬이는 거다. 눈 뜨면 '개꿈이구나' 하고 일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무슨 일을 해도 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동이 아닌 직업은 뭘 하든지 좋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되면 돈 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게 의사다. 지금 공부 제일 잘하는 순서대로 성형외과를 지원한다고 한다. 어떻게 이게 의사냐. 미용사다. 이래서 세상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려 6년 전 영상임에도 현재 해당 영상에는 "속이 뻥. 웃고 간다", "오늘도 인생의 진리를 배우고 간다", "너무 좋아서 다시 들어왔다", "이 영상을 이제야 보네", "진리와 이치에 가까워지면 저런 통찰을 가질 수 있구나" 등의 최신 댓글이 달리고 있다.


법륜스님은 이후 2020년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 화쟁관점에서 짚어보기'라는 영상을 통해 더 구체적인 생각을 밝혔다.

당시 영상에서 그는 "의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다 자기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불법 행위가 아니면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 권리가 남에게 심각하게 손실을 입힐 때는 조금 주의해야 한다. 의사 선생님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근무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자기의 자유다. 그런데 의사라는 특수한 직업이 환자가 왔는데 돈을 안 낸다고 치료를 안 해 주거나 바쁘다고 치료를 안 해서 그 사람이 죽게 될 경우 의사의 직업윤리에서는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한다. 이익보다 직업윤리가 더 앞선다는 거다. 의사도 환자를 치료할 때는 이익보다 환자를 더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의사가 파업한다고 환자를 외면해서 환자가 죽게 되거나 어떤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놓쳤다 하면 그건 직업윤리에서 좀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륜스님은 "의사들의 이기심이 공공의 이익을 해쳤다고 보는 게 좋겠느냐, 아니면 의사도 자기들의 이익을 주장할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게 좋겠느냐는 건 사회에서 견해가 다를 수 있다"면서 "토론을 해야 한다. 찬반 토론을 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누구 견해가 옳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간을 길게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바 "왜 이 시급한 시기에 이걸 꺼냈느냐. 그건 조금 문제"라고 짚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지난 21일까지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 규모가 1만3000명이므로, 10명 중 7명 이상이 사직서를 낸 셈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에 대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