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국내 1위 담배업체인 KT&G 차기 사장에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53·사진)이 내정됐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어 방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방 내정자는 다음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사장으로 취임한다. 임기는 3년. 사추위는 “회사의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할 최적의 후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6일 사추위가 2차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을 때 KT&G 내부와 외부 인사가 2 대 2로 갈리면서 비(非)KT&G 출신 발탁 가능성도 나왔다. 하지만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사추위의 선택은 조직 안정성을 우선한 내부 출신이었다.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취임한 세 명의 사장이 모두 내부 출신이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방 내정자는 1998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후 글로벌본부장,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글로벌본부장 시절엔 주력 제품인 에쎄의 수출국을 40여 개국에서 100여 개국으로 늘려 글로벌 브랜드로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 내정자는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 내정자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KT&G는 흡연 인구 감소와 담뱃값 동결 등으로 실적이 정체돼 있다. 현 백복인 사장의 취임 이듬해인 2016년 1조4688억원이던 KT&G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1679억원으로 줄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KT&G는 2001년 이후 KT&G 주식 1100만 주와 1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쪼개 KT&G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각종 재단과 기금,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넘겼다. 재단, 기금, 우리사주조합의 합계 지분율은 9.6%로 최대주주인 기업은행(6.93%)보다도 높다.
차기 사장 선출 과정에서도 KT&G는 여러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KT&G 지분을 약 1%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지난달 말 시작된 KT&G의 차기 사장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연일 강하게 비판했다. 사외이사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