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권도형, 韓 아닌 美로 송환…"징역 100년도 가능"

입력 2024-02-22 17:39
수정 2024-10-05 22:30

암호화폐인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원흉으로 꼽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가 미국에서 재판받는다.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리던 권씨가 미국 법원에서 10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이날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법원은 “권씨가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 발표했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됐다.

2022년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권씨는 사태 발생 직전인 같은 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도피에 들어갔다. 그러던 작년 3월 권씨는 몬테네그로 현지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한 채 아랍에미리트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붙잡혔다. 체포 직후 한국과 미국은 권씨의 송환을 몬테네그로 당국에 요청했다. 권씨 측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년간의 검토 끝에 현지 법원은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경제 관련 범죄에 엄벌을 내리는 미국인 만큼 권씨 역시 중형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 연방 검찰은 권씨에 대해 사기와 시세조종 등 8개 혐의를 적용했다. 혐의 입증에 따라 100년이 넘는 형이 나올 수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권씨와 테라폼랩스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18년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를 설립한 권씨가 발행한 암호화폐는 2022년 암호화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99% 이상 폭락했다. 1주일 새 시가총액이 58조원 증발하면서 국내 투자자 28만 명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안겼다.

권씨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립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한창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한국에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