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랠리에 가려 있던 유럽 증시가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돼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월가 일부에서는 금융주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21일(현지시간) 범유럽을 대표하는 주가 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장중 491.64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 종전 최고치였던 2022년 1월 486.25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2.62% 상승했다.
미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발 조시 BCA리서치는 "미국 증시는 최근 빅테크 중심으로 급등한 만큼 올해도 실적이 좋긴 힘들다"며 "미국, 중국과 달리 유럽은 버블이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월가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JP모간은 유로존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축소'로 조정했다. 유럽 전역에서 경제적 불안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미 영국은 지난해 하반기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졌다. 최근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역시 독일 경제가 해외 수요 감소와 소비 둔화, 고금리에 따른 투자 위축 등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주 투자에 유의하라는 지적이다. 유럽 내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경기 민감주인 금융주 투자 심리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되는 만큼 이익 모멘텀도 지금보다 약화될 것으로 봤다. JP모간은 "금융주가 금리 상승기에 수혜를 입었다"면서도 "현재 채권 수익률은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 금융주 가운데서도 JP모간은 BNP파리바, 스벤스카 한델스방켄, 뱅크오브아일랜드그룹을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로 꼽았다. 실제 지난 한해 주가가 13.95% 뛴 BNP파리바는 올해 들어서는 11.77% 하락해 상승폭 대부분을 되돌렸다.
유럽에 대한 부정적인 증시 전망에도 JP모간은 토탈에너지스, 다쏘시스템, 런던증권거래소그룹, 도이치텔레콤, 헬로프레시 등 5개 종목은 유망할 것으로 평가했다. 팩트셋이 집계한 분석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독일 밀키트 업체 헬로프레시,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는 현 주가에 비해 각각 93.6%, 21.5%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