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2일 14: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들의 몸값을 산출하는 내부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고평가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 이후 기업가치 '뻥튀기'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첨단기업들이 늘어나는 만큼 단일한 '내부 기준'을 마련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 자산운용사, 학계, 유관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와 만나 IPO 주관업무 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했다. 1월 첫 만남을 가진 데 이은 두 번째 모임이다. 추가 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오는 3~4월에 내놓는다.
TF는 파두 상장 직후 불거진 IPO 주관에 관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출범했다. 재무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과 IPO 수수료 체제를 개편하는 내용 등을 논의했다. 여기에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 대한 내부 기준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됐다.
주관사별로 내부적으로 IPO 기업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을 만들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단 취지다. 내부 기준과 다른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는 내부 별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해당 내용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IB 업계에서는 해당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IPO를 원하는 기업의 업종이 점차 다양해지고 성장 단계가 각기 다른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두드리는 상황에서 단일 기준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IPO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 지표로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매출비율(PSR), 매출 대비 기업가치(EV/매출) 등을 주로 쓴다. 다른 기업가치 산정 방식을 선택할 때는 금융당국의 깐깐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높은 심사 문턱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적잖았다. 예컨대 플랫폼 IPO 기업의 경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등을 기반으로 우선 목표 기업가치를 책정한다. 이후 PSR, EV/Sales 등 문제의 소지가 없을 지표를 활용해 해당 기업가치를 역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런 비정상적 실무 관행을 깨려면 다양한 기업가치 산정 방식이 허용돼야 한다"며 "하지만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PO 주관업무 개선이라기보다는 주관사에 책임을 묻기 위한 근거를 만들겠단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주관업무 품질을 높이기 위한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이 “아직 논의 단계인 만큼 변동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수요예측 제도와 관련해선 별다른 논의가 없는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수요예측의 가격 결정 기능이 마비됐다는 게 IB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IPO 기업(스팩 제외) 11곳은 모두 수요예측 이후 공모가를 상단보다 높여 잡았다. 적정 기업가치 산정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린 기관투자가가 앞다퉈 높은 가격을 적어낸 결과다.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IPO 기업과 주관사가 설정한 공모가 희망 범위가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 기업가치 뻥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TF 차원에서 점검해볼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석철/배정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