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이낙연, '11일의 동거'…최대 피해자는 이재명?

입력 2024-02-22 10:38
수정 2024-02-22 10:40


제3지대 '빅텐트'를 펼쳤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합당 11일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뜻밖에 가장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민주당이 '비명 학살' 공천으로 당내 반발에 처한 상황에서,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친문·비명 세력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는 공천 파동을 계기로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세력을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는 11일의 짧은 동거로 단기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세력의 결별이 예정된 수순이었던 탓이다.

우선 이준석 대표는 이번 통합을 계기로 정치권에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제3지대에 존재하던 5개의 세력 중 4개 세력을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창당한 개혁신당과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 민주당 비명계였던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의 금태섭 전 의원을 '개혁신당'의 깃발 아래 하나로 묶었다.

가장 이질감이 컸던 이낙연 대표와는 마지막에 결별하면서 집 나갔던 지지층의 발길을 다시 돌리는 효과까지 거뒀다. 이준석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와의 결별을 환영하며 "재입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대표도 명암이 엇갈렸다. 공교롭게도 두 세력의 합당 파기 시점과 민주당의 공천 갈등 시점이 겹치면서, 새로운미래의 존재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친문과 비명 세력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상황에서, 이낙연 대표는 이준석 대표와 결별한 이후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천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두 세력의 합당을 계기로 '마음 놓고' 공천 결과를 발표하다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만의 결별'을 예상하지 못한 탓에 공천으로 인한 내홍을 더욱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0일 "도덕적 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 견제도 정권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며 "진짜 민주당'에 걸맞은 이름이 없을까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민주당 의원들과 연대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명계 민주당 의원들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 내 일정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미래에 합류한 김종민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의 대응이 있을 거라고 보고, 대응을 지켜봐 가며 함께 공감하고 대화를 나눌 생각"이라며 "지금의 민주당이 아닌 진짜 민주당에 가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어떤 분들과도 같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