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1일 15: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외화채 발행을 검토하고 나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물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 계열사가 외화채 시장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것도 호재로 꼽힌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 주 중 글로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대면 투자설명회(NDR·넌딜로드쇼)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NDR에서는 기업 설명 및 투자자 미팅 등을 가질 예정이다.
외화채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찾는 LG전자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NDR을 통해 외화채 시장 복귀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LG전자가 공모 외화채 시장을 찾은 것은 2012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LG전자는 2억1500만 스위스프랑의 외화채를 발행했다.
대신 국내 자금 시장은 꾸준히 활용했다. 지난해 2월 열린 3500억원어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7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LG전자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매기고 있다. 실제로는 높은 인지도 등에 힘입어 유통 시장에서는 사실상 AAA급 회사채 대우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국내 기업 외화채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조달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수출입은행(20억달러), KDB산업은행(30억달러), 한국전력(12억달러), 한국주택금융공사(5억 달러) 등 공기업들이 외화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15억달러), 한화토탈에너지스(4억달러), 포스코(5억달러), 우리은행(7억달러), 미래에셋증권(6억달러) 등 일반 기업들도 큰 관심 속에 자금 조달을 마쳤다.
LG그룹 계열사에 대한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외화채 카드를 검토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9월 외화채 시장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3년물 4억 달러, 5년물 6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했다. 당시 3년물에 114개, 5년물 186개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총 공모액의 5배에 달하는 매수 주문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LG화학은 지난해 7월 해외에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총 20억달러를 조달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NDR은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IR 활동의 일환”이라며 “구체적인 외화채 발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