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국에 꼭 풀베팅"…외국인들 작정하고 노린다는데 [최만수의 스톡 네비게이션]

입력 2024-02-22 07:03
수정 2024-02-22 07:32


“일본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많은 외국인들이 의심하다가 투자기회를 놓쳤어요. 한국 시장에선 먼저 올라타겠다고 작정하고 들어오는거죠. 헤지펀드들이 상당한 자금을 대기시켜 놓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 A씨)

오는 26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내용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가 들썩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들어 코스피시장에서 10조174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FTSE 선진지수 편입 이슈가 활발하던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다. 아직 2월이지만 벌써 연간 기준으로 해도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규모 역대 8위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의 상장사 저평가 개선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덕분에 닛케이 225지수는 작년 3월 정책 발표 이후 약 40% 올라 버블시대 이후 3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가 발표할 최종안에는 한국거래소가 상장사에 기업가치 개선계획 공표를 권고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사들이 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 제시 등을 밝히는 안이 거론된다. 기획재정부는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혜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6일 세부안이 발표되면 ‘뉴스에 팔라’는 격언처럼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국내 증시가 한동안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일본 증시처럼 우상향 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일본도 작년 3월 도쿄증권거래소 정책을 발표했을 때 증시가 곧바로 반응하진 않았다”며 “거래소가 관련 지수를 4월에 발표하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5월에 나오면 기관 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에 이어 기관이 쌍끌이로 받쳐주면서 결국 증시는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중장기 수익을 노리는 외국인 자금의 특성상 26일 결과만 보고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첫술에 배부를수는 없겠지만 정부의 후속조치가 이어지면서 시장 반응은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했다.

올들어 10조를 베팅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586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 다음은 현대차(1조4638억원), 삼성물산(7097억원), 기아(5700억원) 등의 순이었다. KB금융(3971억원), 하나금융지주(2214억원), 삼성생명(2162억원) 등 금융주도 많이 담았다. 대부분 PBR, PER 등이 낮은 저평가 대형주 종목들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단순히 ‘저 PBR’ 종목이 계속 증시를 주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는 “배당과 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펴려면 결국 좋은 현금 흐름을 창출해야한다”며 “PBR 테마에 휩쓸리지 말고 ROE, 주가수익비율(PER) 등이 우수한 종목들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