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되면 기지급된 국고 보조금 전액을 반납하겠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합당이 결렬된 지난 20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의원 수를 채워 6억원의 경상 보조금만 수령한 뒤 ‘먹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여론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당일 기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문의해보니 현행법상 이미 지급된 보조금을 반납할 방법은 없었다. 개혁신당은 “일단 쓰지 않고 동결하겠다”고 했지만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해프닝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다. 9일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세력들이 합쳐 통합 개혁신당을 만들었다. 정치권에선 노선이 다른 세력 간 급격한 유기적 결합이 가능하냐는 의구심이 컸다. 그러나 빅텐트를 위한 ‘과속’은 이어졌다. 14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을 영입해 경상 보조금 6억원 수령 기준인 현역 5석을 채웠다. 올 1분기 보조금 지급 하루 전날이었다. 그러나 며칠 만에 허니문은 끝났다. 선거 권한을 두고 둘러싼 갈등은 곧바로 통합 결렬로 이어졌다. “생각이 전혀 같지 않은 사람이 위장 결혼하듯 창당한 다음 정말 이혼하듯 갈라선다면 보조금 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19일 발언은 하루 만에 현실이 됐다.
현행법상 정당에 지급된 경상 보조금은 반납하거나 다른 곳에 기부할 수 없다. 선관위 측은 “환수를 위한 근거 조항이 없다”며 “정치자금법 28조에 따라 정당 운영에만 쓸 수 있는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 대표 측은 “이런 일이 장기화한다면 22대 국회 첫 입법과제로 입법 미비점이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환수의 근거를 만든 뒤 반납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정당 관계자는 “현재 개혁신당이 4석에 불과한데, 공동 법안 발의 기준(10인)도 안 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이 이런 규정을 알고 악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지급받은 6억원을 국가나 사회에 환원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6억원을 우선 선거 자금으로 사용한 뒤 지도부가 사재를 출연하거나 특별 당비를 걷어 동일 금액을 기부하는 건 가능하다”며 “이런 웃지 못할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이유를 이 대표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