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지역 신발업체가 세계 최초로 충격에 강한 메타구조 기반의 트레킹화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3차원(3D) 프린터 방식으로 소량 생산에 머물렀던 메타탄성소재가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연구개발을 주도한 한국소재융합연구원은 신발을 시작으로 다양한 산업군으로 소재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한국소재융합연구원과 신발피혁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세계 최초로 메타구조를 적용한 트레킹화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한국소재융합연구원은 신발의 밑창에 주목했다. 기능성 신발의 밑창은 대부분 3D 프린터를 활용해 구조를 설계하고 상업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국소재융합연구원은 메타탄성소재 구조를 개발하고, 공장 제조 기반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제시했다.
메타탄성소재는 충격이 가해지는 일반 소재와 정반대의 특성을 보인다. 일반 소재는 충격이 가해지면 물성이 수축되고, 수축 과정에서 힘이 분산된다. 반면 메타탄성소재는 충격 직후 물성이 팽창하며 힘이 응집된다. 충격 시에는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고, 충격이 정점에 도달하면 반발 탄성이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소재로 분류된다. 한국소재융합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메타물질을 이용한 차량용 방음재를 선보였고, 네덜란드는 기존의 강도보다 두 배가량 더 강한 임플란트를 개발해 상업화 단계에 들어갔다.
한국소재융합연구원은 부산지역 신발 부품 사출업체 한국비티엠과 공동으로 메타탄성소재 대량 생산 방안을 연구했다. 3년 동안 소재와 구조설계, 금형 연구를 비롯해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했으며, 그 결과 사출기 1대당 하루(8시간 기준) 80켤레분의 메타탄성소재를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개발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사출식 공법으로 메타탄성소재를 완제품에 적용한 첫 사례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신발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한국소재융합연구원의 기술을 담은 신제품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지역 기업과 연구원의 협업이 신소재 개발로 이어진 것은 33년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시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부산시는 199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8억~10억원의 예산을 한국소재융합연구원에 지원하고 있다. 주로 연구개발 역량이 떨어지는 영세 신발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지원을 통해 2022년에는 8건의 기술이전과 11건의 지식재산권이 창출되는 성과를 냈다.
배종우 한국소재융합연구원 연구총괄본부장은 “메타탄성소재 대량 생산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신발 적용 소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며 앞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