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닭 신화' 삼양 3세도 찜했다…박사급 인재 채용 까닭

입력 2024-02-20 16:06
수정 2024-02-20 16:50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가 노화와 디지털헬스 관련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하고 인재 영입 등 역량 확충에 나섰다. ‘불닭볶음면 신화’를 넘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바이오 등 과학기술 분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오너 3세 경영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30·상무)이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그룹 내 R&D 조직인 삼양스퀘어랩에 노화연구센터와 디지털헬스연구센터를 신설키로 하고 각 센터장 등 대규모 인재 영입에 착수했다. 채용 예정 인원은 박사급 인력을 포함해 수십명에 이른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현재 스퀘어랩 내 미래R&D전략센터를 통해 라면 등 주력제품은 물론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등 과학기술 기반 푸드케어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노화 방지와 디지털헬스 분야와 관련한 별도 조직을 신설해 연구 영역을 바이오 분야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다.

노화연구센터는 노화 관련 R&D 기획과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근감소증, 퇴행성 뇌질환, 대사질환 등 노인성 질환이 파이프라인 개발 대상이다.

센터장에 대해서는 ‘라이센싱(기술이전) 계약 및 인수합병(M&A) 성사 경험자’를 우대 요건으로 명기했다. 노화 관련 신약 개발 기업의 라이선스를 인수하거나 M&A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헬스연구센터는 의료·건강 데이터 수집과 머신러닝·딥러닝 연구,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실증 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개인 맞춤형 식품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도 내걸었다.

업계에서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불닭볶음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주력 자회사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192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개발한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되는 등 ‘K라면’을 대표하는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불닭볶음면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불닭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양식품그룹이 사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꾸고 노화와 디지털헬스 등으로 바이오로 영역 확장을 시도한 배경이다.


앞서 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앞으로 더 큰 K컬처 플랫폼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일종의 ‘탈(脫)라면’ 선언을 했다.

최근 식품업계는 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달 제약회사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를 확보하는데 5500억원을 투입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등도 바이오 관련 투자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전병우 상무의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 김 부회장의 장남인 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해외전략부문장을 거쳐 현재는 그룹 경영전략을 맡고 있다.

전 상무는 작년 9월 비전 선포식에서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식물성 단백질 개발과 탄소 저감 등을 신사업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는 푸드테크 등 최신 기술 동향을 주의 깊게 살폈다.

오형주/안대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