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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대형주 중심 장세에서 중소형주 투자 확대
미 저가항공사 사들여
ARM 급등 전 매도...“큰 수익 못냈을 것”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사진)가 지난 4분기에 미국 저가항공사 주식을 매수하는 등 중소형주 비중을 높였다. 알리바바, 알파벳 등 기술주 투자는 이어가면서도 최근 급등한 영국 반도체 회사 ARM 홀딩스 지분은 매도해 시장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테마’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여행 수요 회복세에 투자20일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소로스 펀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소로스는 작년 4분기에 중소형주 투자 비중을 높였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러셀2000 ETF’(IWM)를 약 100만주 추가 매수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0.40%에서 3.14%까지 높였다.
소로스는 작년 3분기에 신규 기업공개(IPO) 종목을 대거 사들여 주목받았다. 지난 분기에는 52개 종목을 전량 매도하고 47개 종목을 신규 편입하는 등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줬다.
개별 중소형주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제트블루(시가총액 23억달러), 스피릿 항공(시총 7억달러), 선 컨트리 항공(시총 8억달러) 등 미국 저가항공사 주식을 신규 매수했다.
미국에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보복 여행 차원의 레저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는 판단이 적용됐다. ‘초저가’ 항공사라고 불리는 스피릿 항공의 경우 기내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고 등받이가 젖혀지지 않는 의자를 비치하는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항공사다.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 또한 지난 12일 제트블루 지분 9.9%를 갖고 있다고 공개하며 “이 항공사 주식은 저평가되어있고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있다”고 평가했다. 소로스 펀드는 아일랜드의 항공 임대회사 에어캡 홀딩스도 추가 매수해 보유 비중을 1.65%에서 2.40%로 높였다.◆소로스, AI 테마 놓쳤나‘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대형 기술주가 이끄는 장세에서 소로스는 시장 흐름과는 반대되는 투자를 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가 지난 1년간 25.2% 상승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7.2% 급등했지만 러셀 2000지수는 같은 기간 7.65% 상승에 그쳤다.
중소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있다는 점, 잠재적인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조지 소로스가 중소형주에 베팅한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소로스 펀드가 지난 3분기에 사들였던 ARM 홀딩스 32만5000주를 4분기에 매도했다는 소식에 시장에서는 “소로스가 ARM 주가 급등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ARM 홀딩스는 작년 9월 기업공개 이후 이달 초까지 60~70달러 사이에서 횡보했다. 이달 7일부터 7거래일 만에 66.6% 뛰며 16일 128.34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3분기에 처분했던 엔비디아 주식에 대해서도 추가 매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 소로스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업체 스플렁크를 신규 매수해 펀드 내 비중을 3.15%까지 높였다.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노보 노디스크(추가 매수)와 일라이 릴리(신규 편입)도 사들였다. 중국 기술 기업 알리바바, 주택건설업체 DR호튼, 작년 4분기 상장한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 홀딩스 등 다양한 업종의 주식을 펀드에 담았다.
반면 자가면역질환 및 중증 염증 질환 치료제 개발업체 호라이즌 테라퓨틱스 지분은 전량 매도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작한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도 모두 팔았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