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된 의료비 중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한 부분은 실손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해당 금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추후 환급받을 수 있는 만큼 보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A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08년 11월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의 특별약관에는 “회사는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실료, 입원제비용, 수술비용 전액 등을 보험증권에 기재된 보상 한도로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병원에 입원해 도수 치료 등을 받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A씨가 청구한 금액 중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 111만원은 병원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환급이 가능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한 피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초과하는 금액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특약에 관한 부분이 명백하지 못할 때 해당하므로 해당 내용을 고객인 원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약관 내용은 피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이 사건 특약의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약관 내용은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2009년 10월 시행되면서 환급받을 수 있는 의료비는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험 약관에 명시하게 됐다. 하지만 표준약관 제정 이전에 체결된 보험 계약에선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한 보상 여부를 두고 최근까지 혼란이 이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해 피보험자가 지출한 금액은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한 첫 판결”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