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반도체 장비 제조업의 강자다. 이 분야 주요 기업 주가가 올 들어 20% 이상 올랐다.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시가총액 1위인 도쿄일렉트론 주가가 연초 이후 39.97% 상승했다. 어드반테스트와 디스코도 각각 46.34%, 26.59% 올랐다.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의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기보다 28.3%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어드반테스트와 디스코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54.9%, 38.2% 증가할 전망이다. 소진웅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이어진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와 반도체산업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일본 정부 정책이 맞물려 주가가 뛰고 있다”고 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 스미모토,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종합상사는 가치주로 유망하다. 이들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60배(마루베니)에서 12.64배(미쓰비시) 수준이다. 40배를 넘는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 대비 양호하다. 배당수익률은 1.97%(미쓰비시)에서 3.27%(스미모토) 선이다.
하지만 실적 증가폭은 반도체 장비주를 밑돈다. 이토추와 마루베니의 2024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전기에 비해 각각 4.8%,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쓰비시(-0.1%), 미쓰이(-2.4%), 스미모토(-11.9%)는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종목은 올 들어 주가가 최소 8.3%(마루베니)에서 최대 35.2%(미쓰비시) 올랐다.
일본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되는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인 로봇 산업에서 글로벌 선두 국가다. 인구 초고령화로 사람 대신 일을 해 줄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을 발전시켰던 게 AI와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일본의 로봇 대장주인 히타치는 올 들어 주가가 19.67% 올랐는데도 12개월 선행 PER이 19.16배로 비교적 양호하다. 이 기업의 2024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0.1% 개선이 예상된다. 이밖에 옴론(+58.8%), 일본전산(+24.6%), 쿄세라(+20.8%) 등 다른 로봇 관련주도 이 기간 영업이익 개선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내 증시에 상장된 KB 일본 로보틱스 TOP 10 상장지수증권(ETN)은 발행 당시부터 최근까지 주가가 12.10% 올랐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