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아 왔다. 이 과정에서 가계·기업·금융회사 등도 힘을 모았지만, 정부 재정이 언제나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는 세수와 국채에 의존해 재정을 조달하는데, 국채를 통해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1999년 국채 전문 유통시장 개설, 국고채 전문 딜러 제도 도입, 2012년 국고채 30년물 최초 발행, 2022년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 편입 등 국채시장 선진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현재 우리 국채시장은 2022년 기준 발행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발전했다.
정부는 만기 20년 이상의 초장기 국채 발행도 매년 늘리고 있다. 30년 만기 국채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2012년 9월 처음으로 발행된 이후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동안 가장 많이 발행된 국채가 됐다. 하루 평균 거래 규모도 1조원을 넘는다. 그 결과 전체 국채의 평균 발행 만기는 약 15년으로 늘어났고, 이는 만기상환 부담을 분산시켜 재정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두 개의 바퀴가 균형을 잡아야 수레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국채 현물시장과 국채 선물시장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국채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1999년 9월부터 국채 선물시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국채 투자의 위험 관리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1999년 3년 국채선물을 시작으로 2003년 5년 국채선물과 2008년 10년 국채선물을 차례로 선보였다. 그 결과 우리 국채 선물시장은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을 양대 축으로 세계 6위 시장으로 자리매김했고, 3년 국채와 10년 국채 시장의 가격 발견을 선도하고 있다.
30년 국채는 다른 국채보다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변동폭이 큰 상품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금리 변동에 따라 큰 손실을 볼 수 있음을 의미하며, 글로벌 긴축 종료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지금은 새로운 위험 관리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2022년 10월 30년 국채 선물 도입 계획을 발표했고, 한국거래소는 작년 한 해 동안 정부 및 시장참여자와의 협의를 거쳐 19일 30년 국채 선물시장을 개설한다. 거래 활성화 및 시장안착을 위해 증권사들을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도록 했으며, 1년간 모든 거래의 수수료를 면제할 예정이다.
이번 30년 국채 선물시장 개설로 단기·중기·장기 등 모든 구간의 금리를 관리할 수 있는 현·선물 상품 라인업이 완성됐다. 단순한 시장 개설을 넘어 대한민국 채권시장이 미국, 독일과 같은 선진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가 30년 국채 선물시장이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함께 외국인의 국채 투자 확대를 이끌어 환율 안정의 촉매제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