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한가를 맞을 뻔한 대기업의 반전이다.
지난해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사태로 유탄을 맞은 CJ의 주가가 바닥(지난해 7월 7일 6만300원)을 찍고 상승 랠리다.
지난해 4월 24일을 상황을 떠올리면 개장 30분 만에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한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다우데이타·다올투자증권·대성홀딩스·하림지주·세방·삼천리·서울가스·선광 등 8개 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는데 품절株(유통 물량이 적은 주식)에 해당하는 CJ로 불똥이 튀었다. CJ는 이날 장중 28.15%(7만8100원)까지 폭락했으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12.70% 하락한 채 거래 마감했다. 같은 날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기관이 15만8432주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12만178주, 2만2589주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후 CFD 사태로 매수 심리가 주춤하며 지난해 7월 7일 52주 신저가를 찍는다. 당시 ‘라덕연 사태’로 불리며 하한가를 맞은 일부 종목들은 10개월이 지난 지금 반등에 실패하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다. 이 종목들의 공통점은 적자 회사도 아니고 실적은 양호한데 유통물량이 적다는 것이다.
차액결제거래란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 간 차액을 정산하는 ‘고수익 고위험’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40%의 증거금으로 매매할 수 있고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해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4000만원을 맡긴 투자자가 있다면 1억원어치 주식을 매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매매를 통한 차익은 투자자가 갖고 증권사는 수수료와 증거금 이자를 가져간다.
2021년 전만 해도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CFD 거래잔액은 2019년 1조2713억에서 2021년 5조40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금융당국이 2019년 11월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5억원 이상→5000만원 이상)을 낮춰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2021년 CFD 최대 레버리지 비율을 2.5배로 줄여 이듬해 거래잔액은 2조3254억원으로 줄었다. ‘라덕연 사태’ 후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CFD 거래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문턱을 높였고, 장외파생상품 거래는 月 평균 잔고 3억원 이상 등으로 강화했다.
7개월여 만에 주가 66% 올라…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호재‘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주식 격언처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CJ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0만300원으로 7개월여 만에 66.33% 올랐다. 저평가 매력과 주요 계열사 실적 개선 기대감에 불기둥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호재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오는 26일 공개 예정인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 중 주주환원 확대 전략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공표하고, 자사주 소각 등에 적극적인 기업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세제 대책 중 하나로 기업 배당 세액공제 도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전년 대비 확대한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해 주는 투자세액공제처럼 배당 증가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법인세를 깎아준다는 것이다.
지주사인 CJ는 식품, 생명공학, 물류&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4대 사업군이 신성장동력이다. 식품에서는 K스트리트푸드 확대 및 카테고리 강화와 식자재 유통 디지털 전환과 사업 지배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생명공학의 경우 조단백질(Crude protein·순단백질에 비해 가공되지 않은 단백질) 저감 등 기술 마케팅을 통한 고수익 제품 확대를 노린다. 신유통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물류 확장 지속으로 포워딩 특화산업(배터리·방산) 영업을 본격화하고 플랫폼 전략 고도화 및 브랜드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글로벌 콘텐츠 IP(지식재산권)·유통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음악 A&R(음반 제작) 및 매니지먼트 강화와 특별관(4DX, Screen X) 글로벌 침투율을 높인다.
통상 지주사의 실적은 편입된 종속기업의 매출·영업이익 등의 영향을 받는다. 즉, 계열사 ‘실적 근육’이 커져야 지주사 덩치도 커진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리딩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4대 성장엔진(Culture·문화, Platform·플랫폼, Wellness·건강,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을 장착했다. 또 건강기능식과 첨단 레드바이오(마이크로바이옴·바이오 위탁개발생산 등)의 융합으로 예방과 치료를 아우르는 토탈 웰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친환경·신소재·미래식량 등 속도를 내고 있다.
3년간 실적 우상향…“올해 자회사 실적 개선도 기대” 최근 3년간 실적도 양호하다. 2020년 매출(연결 기준) 31조9991억원, 영업이익 1조3903억원에서 2022년 매출 40조9249억원, 영업이익 2조1542억원으로 각각 27.89%, 54.94% 뛰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매출 41조3530억원, 영업이익 2조390억원을 거둔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 사업 비중은 신유통 36%, 식품 34%, 생명공학 16%, 엔터테인먼트&미디어 10%로 추정된다. 사측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 3조6465억원, 부동산 자산은 7조3540억원이다.
4만1878명(지난해 말 기준)의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회사 관계자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매년 주당 배당금을 유지 또는 상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2023~2025 사업연도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이익 제외)의 70% 이상 배당하는 정책을 지난해 2월 13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후 공시했다”고 밝혔다. CJ의 결산 배당금은 2020년 2000원에서 2022년 2500원으로 25% 인상됐다. 다만 시가배당률은 1%에 못 미친다. 그는 “자회사의 실적 개선 및 지속적인 성장에 기반해 기업가치 상승을 도모하고 성장을 위한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유지하며 기업가치 증대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주력사업 매각 등 그룹 전반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건 긍정적이다. 올해 핵심 사업 위주 투자 효율화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다만 美 금리인하 지연으로 대외 경영환경 및 시장 전반적인 투자 심리 악화 가능성은 있다.
DS투자증권 “올리브영 기업가치 5조 이상”주가가 치솟자 이달에만 6개의 증권사 보고서가 쏟아졌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14만원)를 제시한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CJ는 2015년을 고점으로 7년이라는 기록적인 장기간 주가 부진을 경험했다”며 “장남 이선호, 장녀 이경후로 승계가 진행 중인 점이 주가 할인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2020년 1조8000억원에서 현재 5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장남 이선호가 3대주주인 올리브영의 가치가 높아진 만큼 승계 시점도 빨라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은 올리브영의 상장, CJ와 올리브영의 합병, CJ와 올리브영의 포괄적 주식 교환 가능성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이 경우 2대주주인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글랜우드 PE)의 엑시트(자금 회수) 여부와 그 방식이 중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반기 내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의 엑시트가 결정될 경우 올리브영 100% 자회사 혹은 합병 가시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기여도가 가장 큰 CJ제일제당의 실적 모멘텀과 재무 건전성 강화, CJ CGV 연간 흑자전환, 올리브영 과징금 이슈 해소 등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리브영 고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따른 배당 지급 확대로 지주사 현금흐름에 기여할 전망(2024년 예상 배당 및 브랜드 로열티 594억원, 전년 대비 52% 증가)이다”고 했다.목표주가는 기존 8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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