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의 창업주 일가 아녤리 가문에서 고(故) 잔니 아녤리 전 피아트 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상속 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외신은 토리노 검찰이 최근 잔니 아녤리의 외손자인 존 엘칸 스텔란티스·페라리 회장(왼쪽)에 대해 탈세 방조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칸 회장을 형사 고발한 사람은 잔니 아녤리의 딸이자 엘칸 회장의 어머니인 마르게리타 아녤리(오른쪽)다. 스텔란티스, 페라리, 프로축구팀 유벤투스 등을 거느리며 ‘이탈리아의 케네디가’라고도 불리는 아녤리 가문은 2003년 잔니 아녤리 사망 이후 극심한 상속 분쟁에 휩싸였다.
분쟁은 잔니 아녤리가 엘칸을 가문의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시작됐다. 엘칸은 마르게리타와 그의 첫 번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세 자녀 중 장남이다. 후계자 지명 당시 마르게리타는 지분을 포기하는 대가로 12억유로(약 1조7213억원)를 받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마음을 바꿔 법원에 계약 취소 소송을 냈다.
마르게리타의 어머니인 마렐라 카라촐로 또한 2004년 엘칸과 그의 형제들에게만 잔니 아녤리의 유산을 물려주며 마르게리타가 두 번째 남편과 낳은 다섯 자녀에게는 상속하지 않았다.
2019년 카라촐로가 사망하자 마르게리타는 어머니가 탈세를 저질렀다며 엘칸 회장을 탈세 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어머니가 당시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스위스 법에 따라 유산을 물려줬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이탈리아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아녤리 가문에 대한 책을 펴낸 작가 지지 몬칼보는 “마르게리타가 어머니의 운전기사와 직원을 증인으로 불러 어머니가 이탈리아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마르게리타는 어머니가 생의 마지막 2년 동안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았고, 토리노를 떠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토리노 검찰은 카라촐로가 실제로 스위스에 거주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엘칸 회장도 탈세 방조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엘칸 회장의 변호인들은 “마르게리타는 20년 동안 법정에서 자기 부모와 세 자녀를 못살게 굴고 있다”고 밝혔다. 마르게리타의 변호인들은 “마르게리타는 8명의 자녀 모두가 공정한 대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