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한 주 걸러 한 번씩 출판 전문 잡지를 펴낸 ‘돈키호테’가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66·사진)이다. 그는 출판계 주요 현안부터 편집자들의 이야기와 서평 등을 담는 격주간지 ‘기획회의’의 발행인이다. 한 소장이 <잡지, 기록전쟁>을 출간했다. 제600호가 나오기까지 사반세기에 걸친 잡지 생존기다.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한 소장을 얼마 전 만났다.
한 소장이 출판잡지를 창간한 것은 15년간 일했던 창비에서 독립하면서다. 출판도매상 송인서적의 지원으로 ‘송인소식’이란 무가지를 선보였다. ‘기획회의’로 이름을 바꾼 것은 유가지로 전환한 2004년이다. 그는 “초기에는 출판계 전문 필진이 부족해 혼자서 원고지 200장 분량의 특집 기사를 썼다”며 “시행착오도 참 많이 겪었다”고 했다. 돈 문제도 컸다. “출판 평론가로 강연하고 칼럼을 쓰며 받은 돈부터 출판 컨설팅으로 마련한 돈까지 잡지 발행에 쏟아부었습니다. 진짜 열심히 버텼어요.”
‘기획회의’가 100호, 200호를 넘길 때마다 일이 고돼 한때는 폐간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유일한 출판 전문지라는 책임감과 독자들의 응원이 여기까지 달려오게 만들었다. 제600호는 ‘한국 출판 마케팅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로 특집호를 꾸몄다. 한 소장은 “원래는 잡지 한 권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왔지만 요즘 트렌드는 집중”이라며 “하나의 키워드를 갖고 깊이 있게 다루면 독자들이 평생 간직하고 싶은 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잡지 시장에 애정과 아이디어가 많았다. 새벽 2시 기상, 하루 한 권 책 읽기가 그의 오랜 일과다. “잡지는 텍스트를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아날로그 종이책에 QR코드를 넣어 다른 콘텐츠로 연결해주는 방식 등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키워야 하죠. 첨단 기술이 출판 시장에 위기가 아니라 기회를 주고 있어요.”
한 소장은 젊은 편집자들에게 전권을 넘겨주고 1000호, 2000호가 발행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고 싶다고 했다. “출판 시장은 젊은 상상력에 기대야 합니다. 똑똑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편집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요즘은 독서모델학교를 세우고 싶어 적금을 들고 있는데 얼른 시작하고 싶어서 가슴이 뜁니다(웃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