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타는 차, '엔트리카'로 경차의 인기가 시들한 분위기다. 1990년대만 해도 첫차 구매 세대인 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아반떼·스포티지 등 준중형급이나 소형 차량에 판매량이 밀리는 분위기다.
1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차는 현대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8970대)로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기아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가 7894대가 팔리면서 2위에 올랐다.
그 뒤로 △기아 소형 SUV 셀토스(7074대) △현대차 경형 SUV 캐스퍼(4771대) △현대차 소형 SUV 코나(3601대) △기아 준중형 세단 K5(3425대)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3332대) △KG모빌리티 중형 SUV 토레스(2998대) △기아 중형 SUV 쏘렌토(2781대) △쉐보레 소형 SUV 트랙스(2736대) 순이다.
청년 층에 인기 좋았던 경차...왜 안살까경차는 저렴한 유지비, 세제 혜택 등으로 과거 20대 사회 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차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1990년대 당시 언론 보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아토스(경차, 현재 단종) 판매량은 연령별로는 20대가 34%로 가장 많았고 20대와 30대를 합친 비율이 전체 보유자의 절반을 넘는 56%에 달해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1997년,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조사 결과 인용>
"경승용차 구입자의 연령별 분포는 30세 이하가 52%, 30~34세가 19%로 20대와 30대 초반이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직업별로는 자영업(29%), 회사원(25%), 기술직(15%), 주부(11%) 순이었다." <1995년, 연합뉴스, 대우자동차 조사 결과 인용>
20대 사이에서 경차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격 측면에서 이점이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례로 레이의 경우, 최상위 트림(기본 가격 1865만원)에 모든 옵션을 다 적용할 경우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아반떼 기본 트림 풀옵션 가격(약 2355만원)과 약 300만원 차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레저 등 취미 활동을 중시하는 세대의 분위기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대 차 판매량 순위 10위권 안에 든 모델 중 K5와 아반떼를 제외하면, 모두 야외 활동에 적합한 SUV다. 유일하게 든 경형 급 차도 1인 차박 등에 최적화된 SUV 캐스퍼였다.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경차...'세컨드카' 역할20대 사이에서는 인기가 시들하지만, 중장년층으로 분류되는 30~40대는 캐스퍼를 비롯해 경차 레이를 많이 샀다. 전 세대를 아울러 30, 40대에서 유일하게 레이 판매량이 10위안에 들었다. 30대가 구매한 차량 중 경형 차량은 캐스퍼(3위,1만594대), 레이(6위, 8349대)였다. 40대는 레이(4위, 1만2653대), 캐스퍼(6위, 9303대)를 구매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경차의 수요가 중장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차가 가지는 경제성을 고려해 가정을 이룬 30대와 40대가 출·퇴근용이나, 도심 단거리 주행, 자녀 픽업 등 실생활용으로 경차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차는 유지비에 더해 자동차세 부담도 적어서 세컨드카로 경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계에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의 종류가 극히 적어서 20대가 선택할 수 있는 경차의 숫자 자체도 많지 않다"라면서 "여기에 캐스퍼가 20대 사이에서 돌풍이 일고 있는데, 이는 개성이나 여가 등을 중시하는 시대적 변화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