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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와 스텔란티스가 대대적인 비용 절감 의지를 밝혔다.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인 이들 기업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의 마진 압박 등 실적 리스크가 올해 극에 달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2027년까지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은 30%, 전기차는 40%까지 제조 비용을 줄이겠다”며 “비용 절감에 대한 강박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르노는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목표치)를 약 7.5%로 제시했다. 7.9%를 기록한 작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내연차 사업 부문에서의 회계 처리분이 없었다면 6.9%까지 그쳤을 거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르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524억유로(약 75조원)로 전년 대비 13% 늘었지만, 순이익은 시장 예상을 밑돈 22억유로(약 3조원)로 집계됐다. 그러나 배당금을 기존 주당 0.25유로에서 1.85유로로 대폭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자 주가는 작년 12월 중순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데 메오 CEO는 같은 날 CNBC 방송 ‘스쿼크박스유럽’에 출연해서도 “시장 환경이 도전적이기 때문에 실적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지속돼 온 가격 인하 경쟁과 더불어 전기차 시장에서의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매달 1개씩 10개의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계획임을 고려하면 제품의 수명주기(PLC) 측면에서 일부 낙관적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영업이익(이자·세금·감가상각비 제외)이 102억유로(약 14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113억유로)보다 1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12.3%에서 11.2%로 떨어졌다.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 둔화와 미국자동차노조(UAW) 주도 파업의 영향이 컸다. 이 지역 영업이익률은 16.4%에서 15.4%로 대폭 하락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손실액은 매출 약 30억유로, 수익 약 7억5000만유로로 추정됐다.
다만 순이익이 2022년 168억유로에서 2023년 186억유로(약 26조6000억원)로 11% 증가하고, 매출이 1796억유로에서 1895억유로(약 271조6000억원)로 6% 늘어나는 등 연간 실적은 호조를 보였다. 순이익은 시장 예상(95억4000만유로)도 뛰어넘었다. 그 덕에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스텔란티스는 30억유로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성향 16% 확대(주당 1.55유로) 계획도 밝혔다.
다만 나탈리 나이트 스텔란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부터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서 마진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지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격동의 해’가 도래할 것”이라며 “대부분 리스크는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 역시 “전기차 마진이 내연차 대비 낮은 점이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비용 절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사는 올해 중 미국에서만 8가지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회사는 구체적인 비용 증가분 예상치를 공개하진 않았다. 나이트 CFO는 “2023년보다는 적겠지만, 상당한 규모일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미국 ‘빅3’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포드는 UAW 파업에 따른 임금 인상 합의에 따라 2028년까지 차량 1대당 900달러, 총 88억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추산한 바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같은 기간 93억달러가 추가로 소요될 거란 전망을 내놨다.
영국 금융사 하그리브스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시장 총괄은 “현재 전기차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데 메오 CEO를 비롯한 업계 주요 임원들도 이를 숨기지 않고 있다”며 “경제적 역풍 속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점점 더 비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