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흔하나까지 붓을 놓지 않겠다.”
올해 구순을 맞은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1933~)가 세상에 내놓은 다짐이다. 그는 ‘행복을 그리는 작가’로 불린다.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 들라크루아는 산, 바다, 하늘 등 자연 대신 프랑스 파리의 일상을 동화 같은 화풍으로 그린다. 그의 작품에는 눈 오는 날 데이트하는 연인들, 상점이 불을 밝힌 모습 등 도시 속 사람들의 일상을 동화 속 장면처럼 풀어낸다. 그가 그려낸 흘러가는 인간의 매일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하다.
파리 토박이인 들라크루아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50여 년간 ‘파리의 풍경’에 주목한 이유는 그가 태어나고 살아 온 시대적 배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파리의 전성기로 불리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던 시절에 태어나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행복을 그리는 화가’ 들라크루아의 그림 200여 점이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2월 들어 총 관객 수가 9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들라크루아는 “한국에서 인생 최고의 전시를 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내 삶을 재료로 그린 그림들을 즐겁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