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2심서 꺼낸 '회심의 카드'…오히려 '역효과' 냈나

입력 2024-02-15 09:37
수정 2024-02-15 09:47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회심의 카드가 법정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심에서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를 무죄로 뒤집기 위해 담당 미국인 교수의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되려 재판부가 이 답변서 내용에 근거해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김진하·이인수 부장판사)의 A4용지 190쪽에 달하는 판결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2016년 아들이 다니던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업무방해)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지난해 12월 제프리 맥도널드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시험을 주관한 맥도널드 교수는 "학문 부정행위가 범죄가 되려면 고도로 추악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최종 성적의 4%에 해당하는 두 번의 퀴즈에 대한 부정행위가 형사 기소 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2심은 미국에서 대학교 내 단순한 부정행위를 범죄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 전 장관 부부의 범행이 가벌성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맥도널드 교수가 '강의계획서 등에서 온라인 시험 응시 때 타인과 협업을 금지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구두로 해당 내용을 고지했을 것 같으며, 스터디 그룹을 형성해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시험은 스스로 볼 것으로 예상했다'고 답한 부분에 주목했다.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상 '협력 금지'라는 점을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있어 1심의 유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문제를 함께 풀면 맥도널드 교수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을 조 전 장관 부부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어 업무방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가족 단체대화방 메시지를 그 근거로 들었다. 정경심 전 교수가 가족 단체대화방에 남긴 '출석 절대 빠짐(빠지면) 안 돼. 퀴즈 5회 10%, 출석 10%'(4회 온라인 시험 직후), '정신 차리고 봐야 할 텐데…그런데 총점의 2%야'(5회 온라인 시험 직후) 등이 그 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각 혐의에 대해 '항소이유의 요지-원심의 판단-이 법원의 판단' 구조로 1심 판결 대부분을 수긍했다. 조 전 장관과 검찰 양측이 2심 선고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진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