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내분' 논란에 휩싸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공개적으로 팬들에게 사과했다. 탁구를 치는 자신을 제지하려던 주장 손흥민에게 주먹질을 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다.
이강인은 1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며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축구 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더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더선 보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요르단전 바로 전날인 5일(현지시간) 저녁 식사시간에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 전날 대표팀은 만찬을 가지며 결전을 앞두고 '원팀'임을 확인하곤 한다. 이날 이강인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대표팀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 몇몇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친 후 탁구를 치러 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늦게 저녁을 먹기 시작한 선수들이 밥을 먹는데, 이강인 등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려 했으나, 이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는데 손흥민은 이를 피했다고 한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 고참급 선수들은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았다.
이런 팀 분위기는 경기에도 나타났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 토너먼트 2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르단전에서도 90분 내내 각자 따로 노는 모습이었다는 평가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