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인력 고용이 이미 허용된 제조업에선 외국인이 20~30대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한국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 한 외국 인력의 지속적인 유입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제조업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382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8000명(2.6%) 늘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 가입자 증가분은 10만9000명에 달했다. 외국인 가입자를 빼면 내국인 보험 가입자는 1만1000명 정도 줄었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20~30대 젊은 층이 정규 일자리를 떠나고 이 빈자리를 외국인이 메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구인 공고를 내면 50대 이상 또는 불법 체류 외국인만 지원한다”며 “시급을 올려도 20~30대 젊은 인력은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조업을 포함한 정규 일자리 전 영역으로 넓혀도 외국인 근로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05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1000명(2.3%) 증가했다. 늘어난 가입자의 36.6%인 12만5000명은 외국인 근로자의 몫이었다. 플랜트 업계 관계자는 “건설·플랜트 분야에서 기술과 경험을 갖춘 숙련 인력은 대부분 고령층”이라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건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기업들이 젊고 생산성도 높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20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 속에 지난해 제조업 분야에 종사한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20대를 앞지르는 일도 나타났다. 지난해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는 59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1000명(9.3%) 늘었다.
반면 20대 제조업 취업자는 54만50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2만7000명(4.7%) 줄었다. 제조업에서 60세 이상 취업자가 20대보다 많아진 건 2014년 제10차 표준산업분류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뒤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들의 지방·중소기업 일자리 기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20대의 빈자리를 외국인이 채우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