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용지 부실 관리 논란이 4·10 총선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본투표용지처럼 투표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지 않는 사전투표용지에 대해 재차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용지에 직접 날인하려면 대기시간이 늘어나 투표율이 낮아질 우려가 있고, 오히려 부정선거 논란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차제에 사전투표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시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韓 “선관위, 사전투표 법대로 하라”
한 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용지 직접 날인’에 대해 “선거 관리를 엄정하게 하자는, 절대로 폄하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에 나온 대로 날인하자는 것이고 본투표 때도 다 해오던 것”이라며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원까지 대준다고 하는데 (선관위는) 왜 (도장을) 안 찍냐”고 반문했다.
당초 일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만 제기됐던 ‘사전투표 직접 날인’에 대한 주장은 한 위원장이 재차 발언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한 위원장은 비상대책회의에서 “(4·10 총선) 사전투표에서 사전투표관리관이 법에 정해진 대로 진짜 날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본투표에서는 투표소의 총책임자 역할을 하는 한 명의 투표관리관이 선거인의 신원을 확인한 후 직접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다. 하지만 사전투표는 투표관리인의 도장이 그려진 투표용지가 현장에서 인쇄돼 선거인에게 배부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사전투표도 도장을 찍도록 한다. 공직선거법 제158조 3항에 따르면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 하단에 마련된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도장을 찍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선관위 규칙은 ‘사전투표의 경우 도장 날인은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57조 8항이 투표용지의 날인 등 필요한 사항은 선관위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19년 “공직선거법 규정 취지가 직접 찍는 것을 전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선관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부정선거 논란 가중 우려”선관위는 물리적으로 직접 날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투표와 달리 사전투표에는 얼마나 사람이 몰릴지 알 수 없다는 이유다. 지역구마다 여러 곳의 투표소가 마련된 본투표와 달리 사전투표소는 읍·면·동마다 한 개씩 설치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다. 군부대 밀집 지역 등에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선관위는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일 뿐이라 다른 지역에 쉽게 적용하긴 힘들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법상 투표소마다 한 명밖에 둘 수 없는 투표관리관이 일일이 직인 날인을 한다면 유권자들의 대기 시간이 무한정 길어져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여당이 제기한 인력 충원 문제도 “오히려 부정선거 논란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관리관의 도장을 투표사무원이 찍는다면 도장이 다량으로 제작되는데 오히려 도용이나 복제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행 공직선거법 또한 사전투표관리관 대신 투표사무원이 도장을 찍는 경우에 대한 언급이 없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정하고 인정할 만한 결과가 나오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해야 한다”며 “절차가 정해져 있는데 시간을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적 시각”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