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의 플랫폼 규제 강화가 시장에 미친 부정적 효과

입력 2024-02-14 18:14
수정 2024-02-15 00:26
2021년 2월 시행된 중국의 ‘플랫폼 경제를 위한 반독점 지침’(플랫폼 심사지침) 및 후속 인터넷 플랫폼 분류 지침에 따라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디디, 메이투안, JD 등 6개 플랫폼 기업이 초대형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돼 강한 규제를 받게 됐다.

플랫폼 심사지침 영향을 받은 41개 산업과 영향을 받지 않은 127개 산업 등 총 168개 산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 6대 플랫폼 기업의 벤처캐피털(CVC) 투자가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심사지침 시행 이전 1년 동안은 6대 플랫폼 기업의 CVC 투자가 월평균 20.84% 증가했으나, 심사지침 시행 이후에는 이런 투자가 월평균 1.14%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런 변화의 이유를 추론해 보면 심사지침 시행 이후 6대 플랫폼 기업이 규제 조치 대상이 됐다는 점이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첫 번째 규제 집행 조치로 알리바바는 총매출의 4%에 해당하는 182억2800만위안(약 3조989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JD와 디디도 심사지침을 위반한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심사지침 시행 이후 영향을 받은 산업에서의 월간 투자 건수와 새로 진입하는 스타트업 수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심사지침 시행 영향을 받은 41개 산업과 영향받지 않은 127개 산업을 비교한 결과 월간 투자 건수는 26.73%, 새로 진입하는 스타트업 수는 18.72% 감소했다. 이는 심사지침 시행 이후 그 영향을 받은 플랫폼 및 산업에서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스타트업들은 심사지침 시행 영향을 받은 플랫폼과 비슷한 산업으로의 진출을 기피하고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결과들을 통해 중국 경쟁당국이 플랫폼 회사들의 행동을 제약하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부정적 영향과 결과를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심사지침 시행 이전에는 두 산업의 월별 투자 건수 추세가 비슷했지만, 심사지침 시행 이후에는 두 산업 간 격차가 벌어져 심사지침의 영향을 받은 산업에 대한 투자는 그렇지 않은 산업에 비해 훨씬 저조해졌다.

결론적으로 플랫폼 심사지침이 시행됨에 따라 중국에서 스타트업과 기업들의 시장 진입 및 투자 경향이 약화됐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중국 경쟁당국의 예상이나 심사지침 도입 시 목표한 바와 달리 심사지침이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사례를 살펴볼 때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플랫폼 규제가 야기할 수 있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규제가 강화되면 투자자와 창업자들이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위험을 느껴 위축되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을 비롯해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국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고자 하기 전에 면밀히 살펴보고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