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닮은 누군가가 선반 위에 물건을 꺼내 상자에 담는다. 한쪽에선 몸을 살짝 웅크리고 전기선을 꽂아 지정된 위치에 내려놓는다. 방 안에선 인형을 투명 상자에 담아 정리 정돈한다. 모두 사람과 흡사하게 제작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수십대가 한 것이다."너무 자연스럽다"…오픈AI 투자한 회사가 만든 로봇
오픈AI가 투자한 노르웨이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1X는 지난 8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이브(EVE)'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로봇들은 자유롭게 정해진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상자를 옮기거나 정해진 위치에 물건을 두는 기본적 작업을 무리 없이 수행한다. 사무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모습도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1X는 "원격 조작이나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을 하지 않은 영상이다. 빨리 감기 없는 실제 속도"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로봇이 자율적 신경망을 통해 제어되고 있어 복잡한 프로그래밍 없이 자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회사는 30대의 이브 로봇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청소부터 집 정리, 인간 및 로봇과의 사회적 상호 작용 등을 해낼 수 있는 기본 모델을 만들었다.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으로 학습한다는 게 특징이다.
1X의 로봇 이브는 키 186cm에 86kg 크기로 만들어졌다. 최고 이동 속도는 시속 14.4km 수준이다. 15kg에 달하는 물건을 옮길 수 있으며 배터리 수명은 6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측은 "인간 운영자는 최대 15대의 이브 로봇을 원거리에서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4년 설립된 1X는 이 같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올 초 시리즈B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삼성넥스트 등으로부터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유치했다. 지난해 오픈AI와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이 주도한 시리즈A 투자를 받아 2350만달러(약 306억원)의 자금을 수혈, 화제가 된 바 있다."인간처럼 상호작용"…챗GPT 탑재한 로봇 공개 예정
업계에선 1X가 올 여름 공개할 2세대 안드로이드 챗GPT 로봇 '네오(NEO)'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오는 오픈AI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적용해 인간이 자연어로 된 명령어를 보내면 챗GPT가 이를 인식해 로봇을 움직이는 코드로 바꾸고, 최종적으로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로 개발 중이다. AI 발달로 로봇과 인간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 받는 분야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정과 기업 내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각광 받고 있다. 앞서 2022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15년 내에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픈AI 외에도 구글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빅테크는 앞다퉈 로봇 시장에 투자를 검토하고 본격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MS와 오픈AI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가 9500만달러, 오픈AI가 500만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12월 빠른 속도로 걷고 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옵티머스2' 로봇을 공개한 바 있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생츄어리 AI도 피닉스라는 이름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중국 샤오미, 유비텍 등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 바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